선상에서 맞이하는 일출.
파도도 없이 고요하던 동해에서 솟아오른 아침해는
따스한 기운을 사방에 퍼뜨린다.
여기는 일본 사카이미나토. 아침 8시 48분이다.
사카이미나토항은 입구에서 꽤 멀리 들어와야 하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항구.
첫 인상은,
깔끔하다. 너무 조용하다. 그래서 차갑다.
파도가 없어서 배의 흔들림은 없었지만
기관실의 둥둥거리는 소리와 움직임이 낯설어,
잠을 설친 아내의 얼굴이 부었다.
청명한 가을날씨.
항구에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대산(다이센) 등산로 입구.
다리 건너편에는 온천거리가 펼쳐진다.
일본 특유의 화산 폭발로 생겨난 원추형의 화산체.
주차장에서 이 도로로 조금만 걸어가면
좌측으로 조그만 돌계단길이 나오는데
여기가 등산로 입구다.
무엇이든 과대포장하지 않는 나라, 일본.
무엇이든 크게 만들어 놓아야 하는, 중국.
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것'을 선호한다.
등산로 좌우에 선 키 큰 나무가 매우 이국적이다.
'허... 참...'
웃는 눈매와 둥근 코, 입가의 미소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인데...
11시 8분에 등산을 시작하여, 11시 27분에 해발 900미터 지점에 도착.
이어 11시 41분에 1,000미터에 도착. 100미터를 14분만에 올랐다.
표지판에 쓰여진 한글표기가 반갑다.
59분만에 정상까지 Half 지점에 도착.
여기서 왼편으로 가면 대산 신사로 내려 갈 수 있는 회귀지점.
5합목을 지나면서 다이센이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에 숨이 멎을 정도로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
화산활동으로 마그마가 급격하게 식으며
태초의 모습같은 청년기 지형을 유지하고 있는 다이센.
고도도 제법 높아져, 구름이 시야와 수평을 이룬다.
흰구름을 배경으로 불쑥 솟아오른 듯한 다이센의 실루엣이 신비감을 더한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해안가의 뜨거운 공기가 구름을 만들어
산을 온통 휘감고 있다.
한순간 바람에 날려간 구름 사이로 날카로운 산자락이 보인다.
시시각각.
구름과 바람의 줄다리기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산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보아도 시간이 흘러가는 줄 모르겠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눈을 돌려 발아래를 보면 멀리 푸른 동해 바다와
흰구름 그림자를 두르고 있는 단풍나무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멀리 보이는 온천마을.
날카롭게 칼날을 세운 듯한 화산지형의 산줄기가 이채롭다.
등산로 입구부터 시작된 계단이 정상까지 계단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부터는 나무데크로 이어진다.
마치 아이슬란드나 뉴질랜드의 지형을 연상시킨다.
이제 500미터 남았다.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2사람이 간신히 비켜서 지나 갈 정도의 좁은 폭으로 나무길을 내어 놓았다.
정상부근에는 낮은 풀들이 자라고 있다.
여기가 다이센 정상 표지석. 해발 1,710.6m
11시 8분에 산행 시작하여 1시 14분에 도착했으니 2시간 6분이 걸렸다.
정상 표지석 뒷편으로 보이는 또 다른 다이센의 모습.
마치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공룡들이 뛰노는 산의 모습 같다.
사람의 드나듦이 보이지 않던 산장.
저 멀리 산 아래 온천마을이 구름속에 숨바꼭질하는 것을 보며
도시락을 먹는데 꿀맛이다.
어쩌면 6,500원짜리 도시락인데 이렇게 맛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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