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주여행에서 두번이나 갔지만, 또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바로 세화해변길이다.
제주 올레길 20코스와 겹치는 세화해변길은
묵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좋고, 번뇌를 지우기 위해 걸어도 좋고, 나 자신을 찾기 위해 홀로 걸어도 좋다.
그냥 걷기만 해도 좋다.
매우 좋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곳이며 작업 중 휴식하는 장소이다. 둥글게 돌담을 에워싼 형태로 가운데 불을 피워 몸을 덥혔다. 이 곳에서 물질에 대한 지식, 물질 요령, 바다밭의 위치 파악 등 물질 작업에 대한 정보 및 기술을 전수하고 습득하며 해녀 간 상호협조를 재확인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해녀박물관 자료에서 펌.
해녀들의 공간인 불턱.
도댓불(道臺, 燈臺)은 제주의 옛 등대입니다. 고기를 잡으러 나간 배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밝혀 주는 등대이지요. 해안에 유난히 암반이나 암초가 많은 제주에선 배를 안전하게 대기 위해 도댓불이 더 필요했겠지요?
가장 먼저 세워진 제주 도댓불은 1915년의 조천읍 북촌리 도댓불이라니 아주 오래 된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도댓불은 마을마다 전기가 들어오는 60·70년대부터 밀려나서 지금은 17군데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등대라면 하얀 등대, 빨간 등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마을 담 쌓듯이 그렇게 돌을 쌓아 민간 등대를 만들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불을 밝혔을까요? 위에다 송진이 붙은 소나무 가지에 불을 붙이거나, 생선기름이나 석유를 담은 등을 걸어두거나 올려놓아 불을 밝혔답니다. 주로 밤에 고기 잡으러 나가는 어부들이 불을 밝히고 나가서 아침에 들어와서 껐다지요.
출처: https://woorimirae.tistory.com/entry/제주의-옛-등대-도댓불을-아시나요 [우리가 만드는 미래]에서 펌.
장독코 - 코지는 제주도 방언으로 '곶'이라는 말이다.
감수굴 밭담길 -
밭담은 토지의 경계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말, 염소, 소등 짐승의 무단침입을 방지하고,
제주바다의 거센 바람을 막아주어 농작물과 집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밭담, 정교하게 다듬은 각진 돌이 아닌 생긴 모양 그대로의 자연석으로 쌓은 밭담이
도시에서 사각형에만 익숙한 삶을 살아온 나에게 평온을 준다.
걷다가, 걷다가...
길 가에 놓여진 돌위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어도 뭐라는 사람이 없는 이곳이
나는 참 좋다.
'벵듸'는 <돌과 잡풀이 우거진 넓은 들판>을 말한다.
올레길과는 다른 길인데,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라고 한다.
무심히 걷다 내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던 봉봉.
글과 벤치도 눈길을 끌지만, 커다란 유리창에 비친 푸른 바다가 작품이다.
<내 안에 그대가 봉봉합니다>
봉봉이 뭐지?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봉봉 ([프랑스어]bonbon), 과즙이나 브랜디, 위스키 따위를 넣어 만든 사탕.이라고 나온다.
갈때 지나쳤던 봉봉을 올때 내 마음에 담았다.
내 마음에 사탕보다 더 달콤한 풍경이 나를 붙잡고 황홀하게 한다.
그 시절 그 바다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바람이 거센 제주 바닷가에 쌓은 밭담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사진에 조상들의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지혜가 보인다.
보이시는가?
자연석으로 쌓은 돌 사이를 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바람은 막는 것이 아니다. 바람길을 막고 선다면 넘어질 수 밖에 없다.
바람은 지나가게 하면 된다. 지나게만 하면 바람은 자연스럽게 약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바람은 돌아가게 하고, 숨통을 터 놓아 지나가게만 하면 해를 끼치지 않는다.
맞선다는 것, 막아 선다는 것은 사생결단을 하고 싸우자는 말이다.
싸워서 상처를 입고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살짝 비켜 서고, 지나게 함으로써 해를 입지 않는다면
최상의 해결책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내 욕심이 크기 때문이고,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려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선조들의 지혜에서 교훈을 얻는다.
밭담의 구멍을 지난 바람은 둥근 곡선으로 지어진 집을 휘돌아 지나간다.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가만있자... 그런데 바다 한 가운데 붉은 점이 보인다.
저건 뭐지?
해녀가 물질을 하고 있다.
평상인이라면 참기 어려운 시간이랄 수 있는, 2~3분을 훨씬 넘긴 시간동안 잠수를 하고 나온다.
저런 모습을 보고 나면, 제주 해녀가 잡아온 해산물을 깍자며 흥정할 수가 없다.
이 너른 바다에 저 해녀 홀로 물질을 하고 있다.
하도해변을 조금 지나니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마음이 차분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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