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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2021년

2021년 11월 12일 용문사 단풍

아내가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퇴원한 지 3일째,

쾌청한 가을하늘이 시리도록 파랗건만 집에서 회복하기만 기다리기에는 무료할 것 같아

오후에 집을 나섰다.

단풍잎에 오후햇살이 비껴드니  '아!, 가을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요가와 명상을 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인데,

명상 마무리는 4가지 경계해야 하는 말을 되뇌이며 끝낸다.

그중 두번째 계는 '말을 적게 더욱 적게'이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말이 많아짐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말을 적게 더욱 적게...

네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상대방은 이미 알고 있다. 서푼짜리 지식을 뽐내려 하지 마라.

바른 말, 고운 말을 하고, 말로써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말며, 거짓말을 하지 말자.

소리를 지르지 말고, 화를 내지 마라.

네가 왜 화를 내는지, 화를 냄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가만히 들여다 보아라.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너 자신은 알고 있다."

용문사의 노란 은행나무를 보고자 하여 왔건만,

은행잎은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 하늘 향해 손을 뻗치고 있으니,

사천왕문을 들어서며 바라보면, 천수를 지녔다는 관세음보살상을 보는 듯하다

용문산 자락에 자리한 고찰 용문사에 해가 지고 있다.

범종루에 비껴드는 오후 햇살을 보면,

살짝 걷어올린 듯한 처마의 각도가 얼마나 과학적인지 알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과도한 들림이 아닌 '살짝' 올림으로서 햇살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과학적이면서 미학적인 건축미는 오전이나 오후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에 바라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처마 끝의 허전함을 채우는 풍경.

그러나 수행자로 하여금 자지않고 열심히 수행하여야 함을 알리는 풍경 소리는 

고요한 산사에서 들어야 소리가 더욱 곱다.

 

<풍경에 달린 장식은 주로 물고기인데,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자지않고 수행에 임하라" 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절 등에 풍경을 설치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데, 일단 절이나 암자가 있는 곳 자체가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고, 이에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해수구제사업이 시행되기 전에는 호랑이, 표범, 늑대 등 맹수들이 많이 서식했었고 이에 승려들도 맹수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따라서 산짐승들이 쇳소리를 싫어하는 습성을 이용해 풍경을 설치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나무위키에서 펌--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은,

그래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내는 것은 왜 일까?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붉은 단풍이 손짓하는 것인지,

붉은 단풍을 근경으로 삼아 흰 구름이 노니는 것인지...

10여년 만에 찾은 용문산 입구에 많은 변화가 보인다.

가을 햇살이 저물어 가는 용문산의 전경을 멀리서 바라보니,

20여년 전 등산할 때,

산 정상을 차지하고 있던 레이더기지에 길이 막혀,

정상을 밟지 못하고, 철책 아래 모퉁이에서 불평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새롭다.

22년 양평에 이사오니, 해가 지면 남한강 너머 멀리 용문산 정상에 불 밝힌 레이더기지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변덕스럽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