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하고 1112번 도로를 달려 제주 북동쪽 세화해변으로 간다.
바람 세고, 파도가 거친 제주 바다의 생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세화해변.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세화해변은 사색하며 걷기에 참 좋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찬 바람을 피하려 우연히 들어갔던 Cafe Lalala.
이곳에선 커피나 케이크를 주문하면 색연필이 가득 담긴 유리잔을 준다.
색연필과 Cafe ???
그렇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모금 마시고, 색연필로 엽서에 내 마음을 담아,
저 앞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1달 뒤에 배송이 된다고 한다.
1달이라는 시간은 아름다운 추억이 서서히 퇴색해 갈만한 시간이고,
나의 마음속에서 끄집어 낸 이야기가 숙성되어 아름답게 변해 있을만한 시간이다.
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썼다.
사실 제주여행 오기 1주일전에 우리 부부는 말다툼을 했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기 여렵지만 예약한 여행을 취소하기 보다는 휴전을 하고 다녀오기로 했었다.
이곳 세화해변에서 바보같은 나는 휴전이 아닌 종전을 제안했다.
무조건 백기를 들었다.
구좌읍 해맞이도로에 있는 Cafe Lalala의 엽서와 색연필은 어두웠던 내 마음을 밝고 아름답게 채색해 주었다.
그리고....
제주여행의 추억이 서서히 Fade-out 되어 가고 있던 6월 15일.
엽서 한 장이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3월 6일 제주 세화해변에서 들렀던 카페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보냈던 엽서.
지금 읽어도 참으로 부끄러운 표현이다. 결국 백기를 들고 말 것이라는 걸 알면서 왜 그랬을까?
그리고, 백기투항한다며 조건은 왜 제시했는지... 내가 참으로 바보스럽다.
'Photo > 202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307 제주여행 14 녹산로 유채꽃도로 (0) | 2023.10.25 |
---|---|
20210307 제주여행 13 비자림 (0) | 2023.10.25 |
20210306 제주여행 11 방주할머니식당 (0) | 2023.10.25 |
20210306 제주여행 10 동백동산 (0) | 2023.10.25 |
20210306 제주여행 9 조천 스위스마을 (1) | 2023.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