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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2020년

2020년 2월 9일 정월대보름

하남시에는 망월동이 있다.

바랄 望, 달 月, 마을 洞. 달을 바라보기에 좋은 마을이 있다.

 

얼마나 달이 뜨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망월동이라 했을까?

그 이유를 하남시에 이사온지 3년만에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하남시에서 보는 보름달은 예봉산 너머로 올라오는 달이,

한강을 비출 때 쯤이면, 하늘에 한 개, 그리고 강에 한 개

2개의 커다란 보름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달이 가장 둥글고 크다는 정월 대보름은 어제였지만,

나는 어제가 아버님 기일이어서 사진으로 기록하는 기회를 놓쳤다.

오늘 저녁엔 대보름달을 사진으로 찍어보리라 마음 먹고 덕풍천으로 나왔다.

보름달이 아니라 지는 해의 모습이다.

햇님이 내려가야, 달님이 올라오는 자연의 법칙은 어김이 없다.

60을 넘어 살아보니, 내려가는 사람이 있어야  올라오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는다.

미사강변길 아래 습지대에는 작년부터 시작한 공사가 마무리되어 또 하나의 산책길이 생겼다.

 

지는 해.

떠나면서도 붉은 석양의 아름다운 빛을 선사하고 물러난다.

사람도 떠나갈 때 아름다운 뒷자취를 남기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떠나지 않으려 몸부림을 하고, 내려가지 않으려 버티고, 자신의 영혼을 팔아가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

자연의 법칙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미사리 조정경기장 주위로 서서히 어둠이 내려온다.

 

우측 검단산과 좌측 예봉산 사이로 팔당대교가 걸쳐 있다.

어둠이 내려오면서 불이 하나 둘 밝혀진다.

마징가 Z처럼 생긴 하남 유니온타워와 그 아래 스타필드의 환한 불빛이 짙게 내려 온 어둠과 대비를 이룬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

이렇듯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홀로 다 가지며 지배하는 것보다는 함께 있어야 자신의 모습이 강조되고 아름다운 것이거늘...

18시 51분.

예봉산 정상으로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2020년 정월 대보름달.

소원을 빌면, 한 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던데...

난 이렇게 빌었다.

"올해는 여유롭게, 천천히 생각하고 행동하자."

Epoche.

밝음과 어둠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있을 때,

밝음은 어둠이 있어 빛을 발하고 어둠은 밝음이 있기에 어둠일 수있는 것이다.

 홀로 떠오른 보름달의 옆에 예봉산 정상의 기상관측소 불빛이 함께 하니 외롭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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