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정의부부가 아내와 함께 내려왔다. 통영살이를 축하해 주기 위해서… 아내를 빼고는 첫 외부손님. 다찌를 먹고 싶다고 하여 벅수다찌를 예약했다. 허영만씨가 다녀갔다는 물레야는 반다찌이고, 식사 후 평가도 엇갈리기에 제대로 된 다찌집으로 예약을 했다. 벅수다찌는 '알쓸신잡'에 나왔던 집이다. 10시 8분에 아파트에 도착. 짐을 올려다 놓고는 바로 나와 서피랑으로 갔다. 벅수다찌 예약 시간이 1시이기에 그동안 통영 전경을 보여주고 싶어서… 서피랑 입구에 주차를 하고 서포루에 올랐다. 신발을 벗고 서포루에 앉으니 바람이 솔솔... 마냥 앉아 있고 싶다며 정의부부와 아내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새벽 5시 40분에 서울에서 출발해 달려왔으니 솔솔 부는 바람에 피로가 몰려오는 듯. 정의씨가 눈을 감는다. 12시 10분에 서포루에서 내려와 박경리선생 계단과 피아노계단을 지나 벅수다찌로 간다. 한산대첩광장 바로 뒷편에 위치한 벅수다찌. 외관부터 깔끔하다. 12시부터 오픈인데 4팀이 벌써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도 예약한 자리에 앉아 먹을 준비, 아니 해산물 '다있지->다찌'를 즐길 준비 완료. 전복죽부터 시작해 매운탕으로 마무리하기 까지 쉴새 없이 해산물이 나오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싱싱한 해산물이다. 지금껏 서울에서 먹었던 나름 유명하다는 일식집 요리는 하룻 밤은 넘긴 해산물이었다. 어쩌면 이리도 쫀득거리고 탱글탱글하고 바다향이 가득 퍼지는지... 이래서 해산물은 잡은 즉시 배에서 먹거나, 섬이나 어항 근처에서 그날 도착한 싱싱한 해물을 먹어야 제대로 맛을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처음 접해보는 꽃게를 냉동시켰다가 바로 해동시켜 날것으로 먹는 '게 회' 또한 일품. 게 특유의 비릿함이 전혀 없고 보드라운 살에 단 맛이 가득하다. 생선구이로 나온 고등어구이 또한 별나게 맛있었다. 굽는 실력이 남달라서 인가? 종로3가 뒷골목에서 생선구이로 30-40년 영업했다는 식당들도 이곳에 와서 한 수 배워가야할 듯. 마지막으로 나온 매운탕을 먹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배가 불러 더 들어 갈 자리가 없다. 하지만 맛만 보자며 2사람이 공기밥 1개씩만 시켰다. 매운탕에 들어간 생선뼈에도 살이 두툼하게 붙어있다. 통영에 오면 다찌를 먹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벅수다찌로. 식사 후 중앙시장에 건어물 사러 골목을 걷다 보니 허영만씨가 소개한 물레야 다찌집이 바로 보인다. 맛은 모르겠으나 시장통에 앉아서 먹는 분위기. 더운 날인데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들도 코로나 신경쓰지 않고 옆테이블에 바짝 붙어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여기서 취향이 분명하게 나뉠것 같다.
벅수다찌에서 나와 부른 배를 소화시킬 겸, 중앙시장으로 걸어서 이동한다. 아는 건어물집에 가서 멸치와 새우, 미역 등을 10만원어치 사서 바로 택배로 보냈다. 이렇게 쉬운 쇼핑이 있다니… 역시 주부들의 머리회전은 번개와 같다. 이번에는 거제도 유호전망대로 향한다. 거가대교의 위용을 보기 위해서. 가는 길에 농소몽돌해수욕장에 차를 세우고 바다내음을 깊이 호흡하고 간다. 영미씨는 너무 좋아한다. 아이처럼 순수하다. 유호전망대에서도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너무 좋단다. 그렇지요? 여긴 아는 사람들만 올 수 있는 외진 곳이지만 경치 하나는 일품인 곳이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다. 가조도 노을이 물드는 언덕에서 일몰을 보려면 출발해야 한다. 한가지 걸리는 점은 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다는 것인데 일단 가보기로 한다. 6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일몰은 구름속의 산책. 아쉽지만 노을감상은 포기. 대신 여름철에 유명하다는 장어구이를 먹기로 의견 일치. 통영토박이들이 간다는 용남장어숯불구이집에 어렵게 예약한다. 세자트라숲 가는 길 100여미터 전에 있는데 식당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만차. 식당 안에도 우리가 어렵게 예약한 테이블 하나만 남아있다. 이곳 장어는 붕장어, 바다 깊은 곳에 서식하는 아나고라는 장어로 하모와는 다르다고 한다. 먹어보니 장어 특유의 비릿한 맛과 냄새가 전혀 없다. 말도 없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장어구이를 1인분씩 먹고, 장어반탕을 추가 주문. 장어탕에 장어가 갈지 않은 통째로 가득 들어있다. 주인이 장어튀김을 주는데 입에서 녹는다. 이제 여기는 내 단골집이 될 것 같다.
아파트로 돌아와, 캔맥주와 돗자리를 챙겨 신촌어촌마을 등대로 내려갔다. 여기는 등대에 왜 들어가려고 하느냐 라거나 여긴 뭐하려고 왔느냐고 묻는 사람이 없다. 자율적이다. 스스로 알아서 안전관리하고 뒷자리를 정리하면,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지난번 아내와 둘이 앉았던 자리를 지나쳐 더 안쪽으로 들어가 널찍한 부두에 돗자리를 깔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 파도소리, 지나는 배의 엔진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신다. 언제 우리가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겠나? 소중한 시간이 흘러간다. 11시까지 등대에 있다 아파트로 올라간다. 내일 아침에 해뜨는 광경을 보지 못하면 5시 30분에 거제해수보양온천으로 온천욕을 하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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