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고, 냉장고 정리하고.. 바쁘다. 그런데 2시가 되기도 전에 할일이 없다. 5시에 딸과 아내가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그때까지 뭐하지? 이 나이에도 딸과 아내가 온다고 하니 기분이 들뜬다. 아내는 3번째지만 딸은 처음 방문이다. 4시 15분에 미리 출발한다. 차를 이마트에 주차하고 터미널로 걸어간다. 고속버스 하차장까지 들어가 본다. 그런데 너무 더워서 터미널 대기실로 들어가 기다린다. 하지만 앉지도 못하고 눈은 창 너머 도로에 버스가 오는지 살피기 바쁘다.
드디어, 5시.... 버스가 지나간다. 빠른 걸음으로 고속버스 하차장으로 간다. 버스가 들어오고 한 사람, 두 사람 버스에서 내려온다. 드디어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딸이 버스에서 내린다. 정윤아! 하고 부르니 '아빠!'하며 달려온다. 팔을 벌리자, '우리 아빠다!'하며 다가와 안긴다. '그래, 잘 왔어'... 사실 버스에서 정윤이가 내리면 악수를 할까? 아니면 쿨하게 '왔니!'라고 말로 인사 할까? 내 마음으로는 따뜻하게 허그하며 '잘 왔어. 내 딸'하고 싶은데 보이쉬한 딸이 받아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아빠다!'하고 달려오며 두 팔로 안는다. 울 딸이 컸다. 그리고 내색하지는 않았어도 멀리 지방에 내려가 있는 아빠를 은근 걱정했고,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이어 아내가 버스에서 내린다. 얼른 배낭을 받아 들며 '잘 왔어'하고 등을 토닥여 줬다. 내 마음으로는 안아 주며 뽀뽀해 주고 싶었는데 우리나라 정서상 오바하고 싶지 않았다. 오른편에 아내. 왼편에 딸.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 홀로 있던 통영에서 부러울 것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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