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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김정운,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프롤로그 --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망가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다 만나봤습니다. 대부분 정상이 아닙니다. 본인만 모릅니다.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 위치까지 가려고 도대체 얼마나 미친듯 살았겠습니까? 얼마나 이를 꽉 물고 버텼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경쟁자들을 밟고 그 자리까지 갔겠습니까? 그런데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형편없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주위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가 가진 돈과 권력 때문에 아무 말 하지 않을 따름입니다. 그러다가 다들 '한 방'에 훅 가는 겁니다."

* "격하게 외로운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외로움이 '존재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바쁘고 정신 없을 수록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도 좀 적게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들 삽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꾸 모임을 만듭니다. 착각입니다.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바쁠수록 마음은 공허해 집니다."

* "동물들은 상처가 생기면 병이 나을때까지 꼼짝 안 합니다. 상처 난 곳을 그저 끝없이 핥으며 웅크리고 있습니다. 먹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상처가 아물면 그때서야 엉금엉금 기어 나옵니다. 그 하찮은 동물도 몸에 작은 상처가 생기면 그렇게 끝없이 외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 "외로움은 그저 견디는 겁니다.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합니다. 고독에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나 자신과의 대화인 성찰'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지는 심리학적 구조가 같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야 외롭지 않게 되는 겁니다. 외로움의 역설입니다."

* "그대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명확지 않으니 그렇게 떠밀려 살면서 우울했던 겁니다. 먹고 살기 힘든데라는 핑계로 내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소홀히 했기에 그렇게 짜증만 내고 살았던 겁니다. 우울과 짜증은 심리적으로 정상이 아닐 때 나타나는 겁니다.   그래서 거꾸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내가 하기 싫은 일의 리스트'를 만들기로 한 겁니다."

<PART 1.  불안하면 숲이 안 보인다.>

-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서구 대부분의 나라도 그렇다. 오래 사는 나라에서 고독은 당연한 거다.

-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 고독은 아직 '낯선' 단어다. 고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에서 고독은 실패한 인생의 특징일 따름이다. 그래서 아직 건강할 때 그렇게들 죽어라고 남들 경조사에 쫓아 다니는거다. 내 경조사에 외로워 보이면 절대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쁜 이유는 고독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고독 저항 사회'인 까닭이다.

- 사실 고독은 '개인'이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할 때 함께 나타난 현상이다. 데카르트가 '나'라는 주어를 써서 주체의 존재 방식을 '사유'로 규정했을 때를 근대적 개인의 탄생'으로 볼 수 있다. 이 데카르트적 자아는 고립을 전제로 한다. 세계와 타자로부터, 독립된 자아의 확인으로부터 주체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적 명제를 심리학적으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나는 고독하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수백년에 걸친 서구의 근대화를 불과 수십년만에 해치운 압축성장과정에서 우리는 고독할 틈도 없었다. 고독은 사치였다. 그러나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고독은 존재의 근거가 된다. 고독한 개인의 구원은 역설적으로 개인 내면에 대한 더 깊은 성찰로 가능하다. 고독할수록 더 고독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건 예술적 몰입 일수도 있고, 종교적 명상일수도 있다.

- 고독사 -- " 가족이나 친구와 단절되어 살다가 홀로 쓸쓸하게 죽음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고독사는 법률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가족이 해체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오늘날의 추세를 볼때, 수십년 후 고독사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모두들 100세 이상을 산다고 생각해 보면 고독사는 인생을 특별히 잘못 산 사람들만의 운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제 혼자 죽는 상황에 대해서도 아주 진지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 Polygamy -- 일부다처제, 또는 일처다부제 Monogamy(일부일처제)의 반대말.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일부일처제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수 천년동안 폴리가미는 보편적인 가족형태였다.

- 일부일처제 --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훌륭한 제도다. 힘세고 돈 많은 남자 혹은 예쁜 여자가  배우자를 독점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 3번의 결혼 -- " 첫번째 결혼 -- 20대에 나이들고 돈 많은 40대 아저씨하고 한다. 그 남자와 한 20년 살고 두둑하게 위자료를 챙겨 이혼한다. 두번째 재혼 -- 40대가 되면 20대의 건강한 젊은 사내와 다시 재혼한다. 가진 돈과 그동안의 경험을 그 젊은 남자에게 성실하게 전달한다. 두번째 남자가 40대가 되어 독립할 충분한 능력이 되면 이혼에 동의한다. 세번재 삼혼-- 60대가 되면 이번에는 동년배의 남자와 결혼한다. 이 남자 또한 세번째의 결혼이 된다. 이제 두번씩 결혼의 경험이 있고, 60대가 된 두 사람은 남은 기간 친구처럼 산다."

* <여자는 남자를 위해 화장하지 않는다> -- " 여자의 화장은 남자와는 별 상관없는 거다.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여자들보다 더 멋지게 보이려고 화장하는 거다. 서정주시인이 노래한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처럼,  화장을 지우며 자신의 다양한 역할을 성찰할 수 있는 무대 뒤의 화장대가 있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건강하고 현명하며 지혜롭다."

* 배후공간 --"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게 된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했다는 본능적인 느낌 때문이다.   /   권력이 높아질수록 공간은 넓어진다. 단순히 사무실 공간만 넓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멀어진다. 높은 사람 곁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돈과 권력은 공간으로 확인된다.     /     인간이 공간을 분리하는 양상 4가지-- <친밀한 거리 /  개인적 거리 / 사회적 거리 / 공적 거리>.    /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적 공간, 배후공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은 이 최소한의 배후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 수용소나 정신병원의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대 뒤, 즉 배후공간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숨을 공간이 없다. 교도소는 범죄에 대한 징벌로 이 배후공간을 박탈한다.     /    한국 남자들이 '건들기만 해 봐'하고 이빨 꽉 깨물고 사는 이유는 바로 이 배후공간의 부재 때문이다.       /   서재? - 한국 남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적 역할을 떨어내고 차분히 앉아 생각할 수 있는 '배후공간'이다."

<달력, 원근법, 심리학>

* 정리, 정돈 -- 가장 정리하기 힘든 것은 '시간'과 '공간'이다. 문화는 도무지 어쩔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정돈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 달력 -- 시간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달력을 만들었다.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고, 일주일은 7일, 한달은 4주, 일년은 12달로 분해했다. 시간을 각 단위로 나누면 하루, 일주일, 한 달, 한 해는 매번 반복된다. 반복되는 것은 하나도 안 무섭다. 골프에 환장하는 이유는, 반나절동안 무려 18번이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불안,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반복'을 생각해 냈다.

* 원근법 -- 공간에서 느끼는 공포를 극복하려 인류는 원근법을 생각했다. 원근법은 무한한 공간에 소실점을 중심으로 질서를 부여하는 아주 혁명적인 발명이다. 원근법을 통해 인간은, 신이 창조한 세상을 자기들 마음대로 재창조 할 수 있게 되었다.      /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에 정확히 재현하는 원근법이 발명된 후, 인류는 무한한 공간에 대한 근원적 공포로 부터 풀려났다. 2차원에 구현된 공간은 통제 가능하다. 내 맘대로 할수 있는 공간을 두려워 할 이유는 전혀 없다.     /      공간을 원근법적으로 재구성한 게 프랑스식 정원이다.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은 원근법적 공간 구성의 절정 공간에 질서를 세워 '자기 소유'임을 분명히 하려 했다.    /    인류는 토기나 직물에 문양을 넣어 '자신의 소유'임을 분명히 했다.

* 심리학 -- 20세기 들어 최악의 전쟁을 두차례 겪으며 인류는 심리학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심리학은 달력과 원근법에 이어 인류가 불안에 저항하고자 개발한 마지막 수단이다.

* 은퇴한 중년 --   은퇴한 중년 남자들의 정체성 혼란은 심각하다. 한국 남자들에게 번듯한 명함이 사라지는 것처럼 공포스러운 일은 없다. 남들이 알아 봐 주는 것 자체가 권력이기 때문이다.     /      고령화 사회의 근본문제는 연금이 아니다. 은퇴한 이들의 'Identity'다.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확인할 방법을 상실한 이들에게 남겨진 30여년의 시간은 불안 자체다. 불안은 원래 미래가 불확실한 젊은이들의 정서다.        /     문제는 불안하면 세상을 자꾸 좁혀서 본다는 사실이다. 불안하면 자꾸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 미국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는 불안하면 부분지각(나무)이 강해지고, 행복하면 전체지각(숲)이 강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 자도 된다>

* 통제 강박 -- 나름대로 성공한 이땅의 중년사내들은 자신을 둘러싼 일들이 맘대로 안되면 불안해 어쩔줄 모른다.  통제강박이다. 자신의 성공을 불굴의 투지와 노력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통제강박에 시달린다.

* 인과론적 설명 -- 미국의 문화사학자 스티븐 컨은 원인과 결과를 규정하는 인과론적 설명 자체가 19세기 중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19세기 중반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 변화의 속도를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변화의 인과론적 설명은 종교적 위안에 가까웠다. 인과론 / 결정론 / 법칙 / 발달 / 예측 등의 개념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전문용어로 자리 잡게 된다.

* 노력 -- "성공의 인과론"적 환원은 각 개인을 통제강박과 불안이라는 막힌 길로 밀어넣는다. 노력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충 살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자신의 작은 성공을 '열심히'만으로 설명하지는 말자는 거다. 열씨미의 '통제 강박'에 빠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안하지 않아야 성공한 삶이다. 잠 푹 자고, 많이 웃는 삶이 진짜 성공한 삶이다.

* 운과 노력 -- 사람의 일이란 우연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運七技三이라는 고사성어도 그래서 나온거다. 愚公移山 을 주장하는 수많은 처세서는 쉬지 않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같은 성공 처세서의 배후에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숨겨져 있다.

<불안하면 숲이 안 보인다>

- 인간행동이유 - 접근동기 ; 좋은 것에 가까이 가려는 /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접근하기 위해, / 즉 무언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 전체 지각(숲)을 활발하게 한다. / 상상력을 지극한다.                                                                                               회피동기 ;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도망치려는, 대상을 피하려는 /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것. / 부분을 뜯어보는 부분지각(나무)을 촉진시킨다. / 일을 치밀하게 한다.

* Identity -- 자아정체성, 자기동일성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 확인. /  하다, 찾다, 발견하다의 뜻을 가진 Identify에서 유래된 단어. 自我는 시간적 연속성을 갖고, 타인과 구별되어 확인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

- 중년의 한국 남자들에게는 아주 심각한 아이덴티티의 위기가 찾아온다. 명함에서 자신의 직함이 사라질 때다. 은퇴하는 순간 모든 인간관계가 끝난다. 내가 누구인지 더 이상 확인 할 방법이 없다. 청소년 시기에 던졌던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더 이상 새로운 발달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은 소외감과 우울함을 호소하며 심리적으로 급격히 위축된다.

- 은퇴한 후에 시작될 또 다른 삶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쥐꼬리만한 연금을 받아가며 그렇게 주저앉아 늙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평균수명 50세 시대에 만들어진 가치로 100세 시대를 살려고 하니 다들 그렇게 힘든거다. 100년을 살 젊은 세대에게 평균수명 50세의 가치를 강요하니 더 불안해 하는거다. 따뜻한 마음으로 숲을 보는 지혜를 가져야 개인이고 국가고 편안해 진다.

<이 가을, 통속하거나 외롭거나>

* 노스탤지어 -- 17세기 스위스 의사, 요하네스 호퍼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처음 사용. 그리스어의 귀향을 뜻하는 노스토스 nostos와 고통을 뜻하는 알고스 algos를 합쳐 만든 단어. 스위스 용병들이 고향을 그리워 한 나머지 소화불량, 감기, 우울, 졸도, 심지어는 죽음에 까지 이르는 증상을 보고, 이를 뭉뚱그려 노스탤지어라고 칭한 것이다.     

- 스위스 용병들은 죽어가며 한결같이 고향 산골짜기의 풀 뜯는 소방울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노스탤지어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현상을 뜻하는 정신병리학적 용어.

- 노스탤지어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노스탤지어는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고 미국 로웃리지 교수가 주장. 노스탤지어가 잘 작동하는 사람은 삶의 태도가 긍정적이며, 자의식이 강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더 잘 견딘다. 기분이 나쁠때나 우울할때 혹은 외로울때 아름답고 따뜻했던 시절의 노스탤지어가 작동해 삶을 의미있고 즐거운 것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이다.                               

<PART 2. 남에 의해 바뀌면 참 힘들다>

- 역사란 시간이 아니라 '기억' '문화적 기억'이다.

- 역사서술은 결코 객관적일 수 없으며 언제나 상호주관적으로 기억되는 집합적, 구성적 특징을 가진다.

- 종이에 그리면 그림이 되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 된다.

* 게쉬탈트 심리학 -- 주체를 둘러 싼 사회문학적 맥락은  단지 주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요인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맥락 자체가 주체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 된다.

* 삶의 게슈탈트를 바꾸는 방법 -- 첫째 사람을 바꾼다. 항상 같은 사람을 만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말라. 둘째 장소를 바꾼다. 장소가 바뀌면 생각과 태도가 바뀐다. 셋째 관심을 바꾼다. 전혀 몰랐던 세상에 흥미가 생기면 공부를 하게 된다. 사람은 생각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하려고 생각한다.

* 구체화 할 수 없다면 가짜다. -- 내가 원하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절대 행복해 질수 없다. 돈은 아주 막연한 거다. 그 돈으로 뭘하고 싶은지 분명하지 않으면 돈은 재앙이다. 사회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그 지위를 가지고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분명치 않으니 다른 사람들 굴복시키는 헛된 권력만 탐하고 있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할지라도, 내 삶에서 구체화 될 수 없다면 그건 순 가짜다.

* 고약한 노인네 증후군 -- 고독과 소외감으로 아주 쉽게 분노하고 / 삐치며 /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우울한 단서들만 찾아내 괴로워하는...

<행복은 철저하게 음악적이다.>

* 원시음악 -- 원시음악의 기능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데 있었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원시 공동체는 유지되었다.

* 클래식음악 -- 음악을 들으면 몸은 저절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은 따라 움직인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위기는  음악과 몸동작이 분리되면서 시작되었다. 클래식 음악 연주회장에 들어가면 오직 지휘자만 몸을 움직일 수 있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관객은 꼼짝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음악이 신나도 몸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 지휘자는 음악에 맞춰 온몸을 흔들며 인상 쓰고 머리카락까지 휘날리지만 관객은 그런 그를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서구 클래식 음악이 망해 가는 것이다. 몸으로 느낄 수 없는 음악은 더 이상 음악이 아니다.

* 불안 -- 불안할때는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상호작용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듣거나 천천히 걸으며 몸으로 느끼는 편안한 리듬을 되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능한 많이 보고 다녀야 한다>

* 눈이 두개 -- 인간은 눈이 두개다. 그 두 눈이 얼굴 가운데로 몰려 있는 사람은 그리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눈이 얼굴 양편으로 퍼져 있는 사람은 편하다.          - 초식동물은 눈이 좌우로 멀리 떨어져 있다.   사방을 경계하느라 그렇다. 가능한 멀리 그리고 넓게 관찰하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육식동물은 눈이 가운데로 몰려 있다.   육식동물은 먹잇감에 집중하고 응시할 뿐이다. 눈을 깜박거리지도 않는다.           - 몰려 있든 떨어져 있든 인간의 눈은 두개여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공간감각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은 대상의 위치를 대상을 향한 두눈 사이의 각도로 계산한다. 한쪽 눈을 감으면 도무지 거리 가늠이 안된다.            -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두눈으로 보는 세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순간이면 꼭 한쪽 눈을 감기 시작한 것이다. 총을 쏠때, 사진을 찍을 때 데생을 할때 한쪽 눈을 감는다. 인간의 두눈, 정확히 말하자면 시각정보를 해석하는 인간의 두뇌가 기하학적 원리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각심리학적 원리 -항등성 -  주위환경이 바뀌어도, 사물을 일정한 방식으로 계속 보는 것을 뜻한다.

* 한쪽 눈 -- 중요한 순간에 한쪽 눈을 감게 된 것은 르네상스 이후의 일이다. 원근법 때문이다.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에 정확히 재현하려고 시도하면서  인간은 양쪽 눈으로 보이는 세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2차원 평면에 3차원 공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원근법은  카메라의 렌즈처럼 눈이 하나일때 가능했기 때문이다.

* 겸손 - 어떤 문화권이든 빠지지 않는 공통 잠언이 있다. 바로 '겸손하라'이다. 대체 왜 인간은 꼭 겸손해야만 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의 시기심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  품격 있는 사회 - 품격 있는 사회란, 시기심의 세련된 관리를 의미한다. 분노와 적개심이 치밀때마다, 이 분노의 근원이 과연 정당한 시기심인가에 관해 성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샤덴프로이데' 샤덴 Schaden, 상처나 아픔을 뜻함. 프로이데 Freude, 기쁨을 뜻한다. 샤덴프로이데는 한국어로 "쌤통", "고소하다"와 같은 표현. 남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일은 시기심이라는 보편적 정서와 깊은 관계가 있다.

* 질투 관리 -- 유목민의 경우, 질투관리는 철저했다. 다양한 제의를 통해 한사람에게만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았다. 매번 옮겨 다녀야 하는 유목민에게 질투관리는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류가 한곳에 정착해 살기 시작하면서 질투관리는 매우 어려워졌다.                                                                                                                                                   -- 인류는 다양한 문화적 장치를 동원해 시기와 질투를 관리하기 시작한다. 법과 제도, 윤리와 도덕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때, 문화의 본질은 질투관리다. 빈부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세금, 복지 관련 제도가 정비된다. 시기와 질투는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지고, 타인의 질투를 야기하지 않도록 '겸손'이 강조된다.                                  -- 한국사람의 시기와 질투는 유난히 강하다. 압축성장 때문이다. 경제적 풍요가 서서히 이뤄진 서구사회의 경우에 질투관리 체계, 즉 문화가 세련되고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그 결과 신분의 차이나 빈부격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풍요에 모든 것이 집중되었던 한국사회는 질투 관리에 소홀했다. 경제적 풍요도 정당한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정경유착과 같은 비정상적인 수단이나  갑작스러운 땅값 상승과 같은 운의 결과로 여겨졌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시기와 질투는 아주 쉽게 정당화 된다. 문제는 시기와 질투의 정당화가 분노와 결합할 때다. 한 사회의 미래가 불분명해 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분법은 나쁜 짓이다.>

* 이분법 -- '내편 / 네편'의 이분법은 존재가 불안한 이들의 특징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야 세상을 보는 눈이 관대해 진다. 심리학적으로 '자유'란 선택의 자유- Freedom of Choice를 뜻한다. 한국사회가 온통 분노와 적개심에 가득차 있는 까닭은, 말도 안되는 이분법을 강요 당하기 때문이다.

* 메타적 시선 -- 이분법적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현재를 상대화하는 Meta적 시선을 발견해야 한다. 메타적 시선은 재미있을 때만 가능하다. 메타적 시선으로 여유롭게 보는 능력을 '유머 감각'이라고 한다.

* 재미 --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재미'의 복원이다. 사는게 재미있어야만 이분법적 시선을 상대화하고 객관화 할 수 있다. 내 생각과는 다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어야 중년 이후의 삶이 풍요로워진다. 지혜로운 노인의 반대말은 '성질 고약한 노인네'다. 서정주시신의 '국화옆에서'를 보면, 거울 앞에 서 자신을 비춰보는 '메타적 시선'은 여유롭고 외로운 시간에 제대로 작동한다. 그래서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고 잘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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