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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11월 30일 나는 도회지보다 시골이 좋다.

  11월의 마지막 날. 여느 때처럼 견내량 해안도로를 걸으려고 나왔다. 따스한 햇살이 반긴다.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뺏다.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제일 먼저 새들의 지저귐 소리. 그리고 마른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배가 바다를 가르며 일으키는 물보라 소리와 둔중한 엔진 소리. 이어 배가 지나며 일으킨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 이렇게 다양한 소리가 자연의 하모니를 만들며 내게 들려주고 있었건만,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었으니, 나는 얼마나 한심스서운 사람이었는가? 

  12시 40분을 넘기자 어깨와 등이 따스해진다. 따뜻한 가을 햇살을 등에 지고 자연의 심포니를 들으며 걷노라면 예기치 못한 보물도 발견한다. 해를 바라보고 그 아래 바다를 보면, 너른 바다 가득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듯 반짝이는 윤슬을 볼 수 있다. 12시 방향은 반짝임이 심해 눈이 부시다. 2시 방향으로 살짝 시선을 돌리면 아름답게 반짝이는 윤슬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자연의 소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사는 서울 사람들이 불쌍하다. 아파트 가격이 미친 듯 오르면 뭐하는가? 겨우 몇 십억으로 자연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해간도를 돌아 나오면서 귀 뒤에서 들리는 어선의 엔진소리가 또 즐거움을 준다. 제법 큰 화물선의 엔진소리는 200~300Hz의 저역대에서 울려나오는 힘찬 소리이고, 중급 크기의 어선은 600Hz대의 중저음이다. 가끔 빠르게 질주하는 작은 배는 거의 1KHz에 가까운 중역대의 다소 빠른 소리를 내며 지난다. 그중에서 큰 선박의 엔진이 들려주는 낮게 둥둥거리며 지나는 소리가 나는 좋다. 멀리 가는 배가 들려주는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둥둥거리는 소리가 좋다. 귀를 자극하는 작은 배의 엔진소리는 배를 타고 빠르게 달리는 사람에게는 쾌감을 줄지 모르나, 지나가는 배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긴장감을 조성해 불안감을 준다.

  배가 지나며 일으키는 파도는 청둥오리들이 서핑을 하게 해 준다. 물가에서 쉬던 오리들이 큰 배가 파도를 일으키며 지나가면 일제히 달려 나간다. 아마도 배의 스쿠류가 바다 바닥까지 뒤집으며 물고기들을 수면으로 올려보내는 파도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오리들은 본능적으로 먹이를 사냥 할 타임을 안다. 반면에 왜가리들은 오리처럼 파도를 타며 서핑을 하지 못하니, 바다 가운데 갯바위 중에서 물고기가 지나는 길목에 돌출된 바위에 서서 물고기가 지나기를 기다린다. 이 녀석들도 본능적으로 물고기들이 지나는 길목을 알아차린다.

  앞만 보고 걷는 산책은 한쪽 눈을 감고 걷는 것과 같다. 나도 두 다리는 본능적으로 앞을 향해 가고 있지만, 눈은 바다를 살피고, 귀는 열고 소리를 듣는다. 자연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연의 가르침을 깨닫는다는 것은 행복이요, 기쁨이며, 즐거움이다. 나는 도회지보다 시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