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유호전망대에 다녀왔다. 방송에서 보름달이 뜬다는 이야기와 청명한 하늘. 그동안 마음속으로 벼르고 있던 '거가대교 야경사진' 찍기에 적합한 날이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카메라 챙겨 나오니 밖이 어둡다. 겨우 오후 5시 30분인데 캄캄하다. 잠시 망서려 진다. 매직아워는 지났다. 칠흙처럼 어두워진 하늘. 다음에 갈까? 아니다. 마음 먹었을 때 가자. 거제도 동북단에 위치한 유호전망대까지 42km. 58분 걸린다고 내비에 나온다. 거제대교를 넘어 장승포 방향으로 달리는데 자정을 지난 시간처럼 깜깜하다. 그동안 오후 5시 이후에는 집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유호전망대에 도착. 아무도 없다. 그런데... 과연 절경이다.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 아래 거가대교가 분 단위로 옷을 갈아입는다. 통영대교보다 색감이 더 화려하다. 그리고 겨울의 짧은 해가 야경사진 촬영에 도움을 준다. 마치 캄캄한 무대에서 spot light를 받은 것처럼 사위가 짙은 어둠 가운데 거가대교 홀로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고 있다. 보름달도 숨고 싶어 할 정도의 빛잔치. 야경 사진은 여름이 아닌 추운 겨울에 찍어야 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곱을 정도로 추운 날씨가 되어야 공기의 청정도가 빛의 산란을 감소시켜 주기에 선명한 사진이 찍힌다. 겨울이 되어 보름달이 뜨는 청명한 날이 오면 무조건 카메라를 챙겨서 유호전망대로 달려가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풍경이다.
바다를 가로 지르고 선 거가대교의 아름다움은 낮에 보아도 좋지만, 야경까지 보지 못했다면 반 밖에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1/5도 보지 못한 것이다. 야경사진이기에 Tripod는 필수지만, 겨울이라면 더 중요한 물품이 하나 더 있다. 뜨거운 Tea가 담긴 보온병. 반드시 가지고 가야 추위에 떨며 '어우 추워, 이제 가자!'라고 조바심 내다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으며 빛의 향연을 제공하는 귀한 선물을 마다하려는 우매함을 진정시킬 수 있다.
거가대교에 다녀와 컴퓨터에 Data를 옮기며 보니 무려 130여장을 찍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사진도 많아 Delete 시키기 아깝다. 그중에서 내가 보기에 아름다운 사진을 추려 Blog에 올렸다. 좋은 것은 나누어야 가치가 커진다. 아름다운 거가대교의 야경! 서울에 살았다면 모르고 있을, 안다고 해도 거제도까지 가기에는 너무 먼 곳이지만, 나는 50여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통영의 견내량이 너무 좋다. 다시한번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적극 밀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여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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