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린 다음 날, 동해 산타 열차를 타고 백설나라에 다녀왔다.
철도청에서 운영하는 관광열차는 예닐곱개 노선이 있는데
강릉에서 출발해 정동진>묵호>동해>신기>도계>동백산>철암>승부>양원>분천에 도착하는
동해 산타 열차를 타고 1년 365일 산타가 미소 짓는 산타 빌리지에 다녀왔다.
강릉에 KTX열차가 개통되고 처음으로 다녀 온 강릉.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서 도착했던 강릉이 고속열차를 타니 2시간여 걸려 도착한다.
열차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합실은 다소 한산하다.
대합실 천장이 독특해 사진을 찍었다.
내가 탈 산타 열차 분천행은 10시 14분에 강릉역을 출발한다.
산타 할아버지의 그림이 그려진 열차. 아이들이 보면 좋아하겠다.
총 4량으로 구성된 열차의 네번째 칸은 맨 뒤에 자유석이 있다.
백설로 덮힌 평화롭게 보이는 마을을 열차가 달린다.
마치 <닥터 지바고>에서 열차가 우랄산맥을 넘어 눈덮힌 마을을 지났던 것처럼...
바다. 푸른 동해바다.
여기 정동진역에서 열차는 10분간 정차한다.
열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어도 시간은 충분하기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차 창에 그려진 미니 산타 할아버지
정동진역에 내려 남쪽을 보니 멀리 범선 모양의 호텔이 보인다.
강릉에서 출발하는 산타 열차의 정식 명칭은 <동해 산타열차>이다.
영문으로는 <동해와 산타마을 열차, EAST SEA & SANTA VILLAGE TRAIN>
3번째 열차에는 산타할아버지 옆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가족이 함께 여행하면 좋을 서로 마주 보고 앉는 동반석.
열차 승강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광경은 정동진역이 유일하다고 생각된다.
4번째 칸 자유석에 앉아 준비해 간 과일과 커피를 마시려 하는데
바다를 처음 보는 것 같은 외국여성이 셀카놀이에 푹 빠졌다.
그런데..... 저 여성은 10분 후 열차를 타지 않았다.
푸른 동해 바다를 보며 열차에 앉아 과일과 커피를 마시는 이 기분은 멋진 식당이 부럽지 않았다.
눈 덮힌 태백산맥의 준령은 북반구 겨울나라보다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열차 오른편은 두터운 눈이 쌓인 겨울나라. 그리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끝없이 푸르른 바다.
두번째 칸이었나? 창을 보고 앉을 수 있는 구역도 있다.
여기는 식당 칸.
주문을 받고 가벼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 형태로 꾸며졌다.
자. 이제 열차가 출발하기 전에 탑승!!!
열차는 바다를 벗어나 태백산맥을 가로지르는 산간마을로 향한다.
눈에 덮힌 산과 들과 마을을 보고 또 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흑백으로 사진을 찍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하기도 하고,
흰 눈으로 덮힌 마을의 고즈녁함은 보는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눈밭에 나와 뛰노는 아이들이 사라진 산간마을엔 무심한 눈만 펑펑 쏟아진다.
석탄을 나르던 열차가 오가던 산등성이 길만 마을 뒤편에 남아있다.
짙은 안개와 구름이 만들어내는 눈속을 열차는 쉬임 없이 달리고,
나는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번뇌 속을 달리고 또 달리며 하나 하나 눈밭으로 던져버렸다.
탐스럽게 눈꽃송이를 이고 있는 소나무가 장수처럼 버티고 선 모습이 힘차다.
말이 필요없다. 그냥 눈 쌓인 모습을 감상하자.
드디어 이곳은 승부역. 강원도 첩첩산중 오지 중의 오지.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란다.
강릉역에서 세시간여 달려 도착한 종착역
분천역에 오니 반대방향인 영주에서 출발하는 V-TRAIN 열차가 서 있다.
산타가 탄 썰매는 저 앞 눈 덮힌 산을 넘어 마음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겠지!!!
하늘로 솟아 오르는 산타도 있다.
딱 1번만 종을 울려야 소원을 들어준단다.
사람들이 얼마나 요란스럽게 종을 울려댔기에 이런 말을 만들어 냈을까?
분천역 역사는 트리스마스 장식물로 도배되어 있지만 사무실은 아주 조그만 간이역 수준이다.
내년 눈이 많이 올때는 아내와 함께 다시 찾아야겠다.
약속이 있어 함께 오지 못한 아내에게 "여보! 내가 먼저 답사여행 다녀올께..."하고 말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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