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하며 언제쯤이나 더위가 물러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영미씨부부가 장흥에 멋진 수목원이 있다며 함께 가자고 하여 찾아간 장흥 자생 수목원.
장흥하면 유원지 그리고 서울 근교의 데이트코스로 여겨지던 곳인데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오픈한지 20년이나 되었다는 수목원은 시니어부부가 가꾸고 관리하고 있었다.
입장은 아침 9시부터이니 참고하시길. 어른 입장료는 6천원, 경노우대는 4천원.
산의 모습을 훼손시키지 않고 자연의 생긴 모습 그대로 아기자기한 수목원으로 꾸며 놓아서 좋았다.
봄이 되면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면서 온 산을 꽃동네로 바꾸어 놓는다고 한다.
이날따라 공기가 맑아 빛의 파장을 방해하는 먼지가 없어서인지 파란하늘이 펼쳐져 사진이 잘 나온다.
그런데 이날 나는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아 핸드폰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다.
30여미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나무에 기대어 서니, 왜소한 나 자신이 더욱 작게 느껴지는 것 같다.
푸르름속에 영롱한 핑크 빛을 보이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열매...
그런데 이름은 흉칙하다. 좀작살나무
산수국의 코발트 빛도 귀하게 보인다.
네잎크로버가 아닌 고사리목의 '네가래'로 다년생 수초.
산길 중간에는 '흔들지 못하는 그네'도 있다.
아기 손가락을 활짝 펼친 듯, 5장의 붉은색 잎 가운데에 커다란 흑진주가 박혀 있는 듯한 '누리장나무'
보라색 잎과 노란색의 꽃이 조화를 이루는 '벌개미취'
우리나라 경기 이남의 특산 식물이라고 한다.
표고 800미터 이상 산지에서 자란다는 '지리산꼬리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육종된 '수국'이란다.
산길 걷다보면 심심하지 말라고 장승이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서 있다.
웃는 항아리도 있고...
패랭이를 쓴 듯한 영감님도 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고 했던가...
다리에 서면 산 건너편의 전원주택들이 그림처럼 자리잡고 반겨준다.
봄이 오면 온갖 꽃으로 가득해진다는 언덕배기 꼭대기엔 수수한 정자가 자리잡고 있다.
오늘의 사진 한장.
파란 하늘과 하얀 새털구름, 그리고 빨간 파라솔.
카메라를 가져 오지 않음을 다시한번 후회하게 만드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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