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홀로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나의 애를 끊나니>
이순신장군이 읊은 이 시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떤 밤 풍경이었을까?
아마 초승달이나 반달이 뜬 어스름한 밤보다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뜬 밤이 아니었을까?
팔월 한가위 보름 전날에 한산도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순신공원을 찾았다.
5시 28분.
해가 지기 시작하며 한산도 앞바다에 붉은 빛을 뿌리고 있다.
기상청 예보로는 6시 20분경 달이 뜬다고 한다.
앞에 보이는 섬이 한산도.
통영의 명물인 <연필등대>
등대가 연필형태인 이유는 통영에는 유명한 문인들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당시 이 분들은 연필로 글을 썼다고 한다.
작품공모를 통해 당선된 세계 유일의 연필 형태 등대다.
<통영이 배출한 다양한 문학적 인물과 그들의 업적을 기념하고, 이들의 에너지가 모여 밝은 불빛을 뿜어냄으로써 후세에게 바른 길을 비춘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등대로서, 건축물 자체가 설계 공모를 통하여 당선된 하나의 작품이다. 해양관광 및 문화예술도시인 통영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도남항 동방파제 등대 (연필등대)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에서 펌.
한산도 음달산 정상에 선 <한산대첩기념비>가 보인다.
한산도와 통영항을 왕래하는 연락선이 부지런히 한산도 앞바다를 달리고 있다.
이제 10여분 후면 해가 지고, 보름달이 한산도 앞바다를 비출 것이다.
6시 16분, 동쪽 하늘에 보름달이 솟았다.
미륵도와 한산도 사이 앞바다에 고요한 밤의 적막이 찾아온다.
해가 지고 난 고요한 밤바다엔 적막감이 감돌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만이 하늘에 떠있다.
만약 등대와 조명들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보면
밝은 보름달과 어둠에 잠긴 고요한 바다는
어지러운 나랏일을 고민하는 충무공에게는 더욱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을까?
분주히 오가던 배들도 항구를 찾아 잠을 자러 떠나고, 고요함만이 가득한 한산도 앞바다에는 달빛만 가득하다.
기침소리마저도 천둥소리처럼 들릴 이 야심함에 들리는 피리소리는 바다 저 멀리로 흘러가는데
풍전등화 같은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이에게 들리는 피리소리는 애를 끊듯 애절함이 가득했을 것이다.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애’는 ‘창자’의 옛말이다. ‘애를 끊나니’라는 표현에서 그 슬픔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애끊다’는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한’ 상황에 쓰이는 말이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홀로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나의 애를 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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