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2021년

2021년 10월 21일 태안 파도리해변

태안에는 파도리해변에 해식동굴이 있다.

그런데 해식동굴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한적한 해변에 앉아

파도소리를 벗삼아

영롱한 보석처럼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멍때리다 오는 것도 좋다.

한달전,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을 인터넷으로 장만했는데,

바닷가 모래사장에 펴 놓으니 안성맞춤이다.

청산수목원에서 기운을 소진하고,

파도리 해변에서 파도소리를 음악 삼아, 아내가 집에서 구워 온 곡물바나나빵과 키위, 사과로 시장기만 달랜다.

이유는 안면도에 와서 향토음식을 먹지 않고 갈 수 없기에

4시경 게장과 게국지로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앞에 보이는 절벽 아래에 파도로 침식되어 생성된 해식동굴이 있다.

보석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는 윤슬. 가을햇빛을 반사해 빛나는 윤슬이 가장 아름답다.
캠핑의자 바로 앞 3미터 정도까지 파도가 밀려오는 밀물시간대가 으뜸이다.

발 밑까지 차 올라오는 파도소리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 가을바람이

따스하게 쏟아지는 가을햇볕과 잘 어우러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갈매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푸른 하늘을 나는 조나단 리빙스턴의 울음소리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이련만...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긴다.

발 아래서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이렇게 큰 소리인지 몰랐다.

전화소리마저 삼켜 버리는 파도소리를 방해하지 않으려, 나는 잠시 휴대폰을 꺼 놓았다.

해식동굴로 건너가는 길인데,

밀물시간대에는 길이 사라져 돌아갈 수단이 없게 되는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물 때를 잘 살펴야 한다.

파도로 깍여 나간 바위에 동굴이 생겼다.

파도의 힘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힘은 시간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우주의 신비를 파헤칠 열쇠는 바로 T,  Time이다"라고.

긴 세월을 견디는 것은 없다. 제행무상이요, 만사무상이다.

작은 침식동굴 아래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밀물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바위를 등지고 앉아 나만의 공간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