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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6월 27일 토영 이야기길

  오늘은 남파랑길과 이어지는 토영이야길을 걸어보려 한다. 세자트라숲에서 이순신공원으로 넘어간다. 지난번 아내와 함께 가다 도중에 포기했었는데, 바로 그 지점까지가 힘든 지점이었고, 이후는 거의 평지 수준. 거리도 짧다. 이순신공원에서 무형문화재전수회관 뒤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 것 같아 올라갔는데, 이게 웬걸… 둘레길이 아주 잘 조성되어 있고, 산책하는 현지인들이 보인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끝. 청마문학관 주차장이 종료점이다. 남파랑길도 여기서 일단 구간이 끝난다. 세자트라숲 주차장에 차를 세웠기에 다시 원점으로 복귀. 되돌아오며 사진도 찍는다. 한산도 앞 바다를 보며 걷는 '토영이야길'이 아주 마음에 든다. 30도를 넘는 더위라는데, 산에서 서늘한 산 바람이 불어오고,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다 바람이 마주 불어오니 그늘에 있으면 땀이 금새 식는다. 한적한 '토영이야길'을 걷다보면 산에서 풍기는 풀향과 나무향이 진하게 풍겨오는데 이 또한 좋다. 땀도 식힐겸 정자에 신을 벗고 들어가 앉았다. 맞은편에 먼저 와 앉아 계신분이 있어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했다. '여기 경치가 참 좋군요. 자주 오세요?'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햇볕에 그슬린 얼굴에 다부진 체격. 60대 중반이나 되었을라나? 했는데, 74살이란다. 젊어서 중동에 5년 가서 돈을 벌어왔고, 이후 철근비계공으로 일해왔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월 4-5백만원은 벌었다고 한다. 일당이 20만원이라고...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일이 끊겨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 매일 집에서부터 걸어서 이곳까지 와 하루종일 바다를 보며 지내다 저녁이 되면 간다고 한다. 아들 둘이 있는데 모두 집 한채씩 사주어 장가 보냈다고 하신다. 아무 걱정이 없을듯한데, 자식들 공부시키고 집 사주어 출가시키다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대비를 하지 못해 74살이 되어서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젊어서는 일하고 밥먹고 자고, 다시 일하고 밖에는 몰랐단다. 열심히 일만 했는데 노후생활 걱정을 하고 있고 취미생활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며, 나를 보고 부러운 듯 여행 많이 하란다. 남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노후생활 대비를 해 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다행히도 아내가 개인연금에도 적립해 놓고, 펀드도 들어놓고, 의료보험도 챙겨놓아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걱정이 없다. 다음달부터는 국민연금까지 나오니 생활비와 용돈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장치를 해 놓은 아내가 정말 고맙다. 

    이순신공원 전수회관 뒤 정자에서 충분히 쉬고 다시 남파랑길을 따라 걸었다.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해 전남 해안 땅끝마을까지 이르는 1,463Km에 이르는 걷기 길이다. 5개 권역으로 나누어, '한류길'은 부산~창원, '한려길'은 고성~통영 ~거제~사천~남해, '섬진강꽃길'은 하동~광양, '남도낭만길'은 여수~순천~보성~고흥, '남도순례길'은 장흥~강진~완도~해남.으로 구분했다. 그중 남파랑길 28코스는 내가 있는 용남면 통영신촌마을~삼봉산~화포마을~세자트라숲~이순신공원~남망조각공원에 이르는 13.8Km. 4-5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날이 더워지고 있어서 9월이 지나면서 남파랑길을 완주해 보려한다. 하루에 10Km씩 걷는다고 하면 무려 146일이니 4달 보름이 걸리는 길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보다 더 긴 길이다. 많은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대장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