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Story

2020년 6월 22일 매미성

  월요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다. 요가하고 아침식사를 챙긴다. 베이글 하나. 스모크치즈 10조각. 삶은 달걀 하나, 사과 한 개. 커피 300ml. 생수 한통. 이것 저것 챙기다보니 9시 45분. 10시에 출발한다. 오늘은 거제도 북부권을 가 보려고 한다. 가조도 건너편에 있는 칠천도와 황덕도까지 연륙교로 건너 가 보려 한다. 칠천도에는 '칠천량해전공원'이 산 정상에 있는데 여기서 내려다 보는 칠천량 앞바다 풍경이 환상적이다. 특히 짙푸른 녹색의 숲 가운데 연한 녹색이 군집으로 자리하고 있어, 궁금증을 일으킨다. 저건 뭐지? 왜 6월 하순에서야 연한 새순이 나오듯 여린 녹색을 보일까? 칠천도를 나오며 보니 대나무 숲이었다. 더우기 이곳 대나무는 '맹종죽'이라는데, 이런 지식을 알지 못하는 나는 '맹종죽테마파크'를 무심히 지나쳐 버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맹종죽은 20M까지 자라며 지름이 20cm정도로 국내 대나무 가운데 가장 굵다고 한다. 주로 한반도 남부지역에 자라고 껍질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다. 대나무 재질은 윤기가 적고 매우 단단하다. 이런 맹종죽의 군락지가 경남 거제시 하청면 실전리에 있다.'고 나와 있다. 아침식사는 12시경 하청마을 작은포구에서 칠천연륙교를 바라보며 먹었다. 풍경에 취하니 무엇을 먹어도 맛이 있다. 앞으로 여행 나가면 아침식사는 조용한 포구나 해안가에 차를 세우고 먹어야겠다. 

  칠천도에서 서북쪽에 있는 황덕도를 연륙교로 넘어 들어갔다 나왔다. 아주 작은 섬으로 볼 것은 없다. 칠천연륙교로 되돌아 나와 드비치골프클럽방향으로 향한다. 드비치 입구를 지나 언덕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여기서 보이는 풍경도 예술. 여기서 유호전망대까지는 굽이치는 해안도로. 시속 30Km로 천천히 바다를 음미하며 달린다. 고개 정상에서 보이는 거가대교. 사진을 찍으려 차를 돌렸다. 그런데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던 거가대교가 유호전망대에 도착해 보니 정면으로 보인다. 초행길이어서 어설픈 노력을 한 것. 유호전망대에서 보이는 거가대교. 멋지다. 홍콩 첵랍콕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며 보이던 다리보다 훨씬 멋있다. 아내가 오면 거가대교를 지나 부산까지 가 봐야겠다. 유호전망대에서 언덕을 내려오면 농소몽돌해수욕장. 아이들이 벌서 바다에 들어갔다. 이곳은 좌측에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가 보인다. 깊은 만 안쪽에 자리한 몽돌해수욕장은 배가 들어오지 않아 파도가 치지 않고 물도 잔잔해서 아이들 물놀이에 좋을 것 같다. 

  이어서 매미성으로 갔다. 이름만 보면 운치 있는 것 같지만 아픈사연이 있는 곳이다. 2003년 9월 6일 발생해 추석 하루 뒤인 9월 12일 경남으로 상륙한 태풍 매미가 남부지방을 할퀴고 지나가 초토화 되다시피 했는데, 당시 거제시 장목면 대금리 바닷가에 살던 백순삼씨가 혼자서 19년에 걸쳐 폭풍 해일 방어 목적의 성채를 지어 '매미성'이라 이름 짓고 해안가에 작은 성을 쌓았다. 백순삼씨는 대우조선해양 연구원 출신으로 은퇴 할 무렵 이곳에 텃밭을 가꾸었지만, 태풍 매미로 텃밭이 초토화되자 다시는 태풍의 피해를 입지 말자는 생각으로 성채를 쌓다보니 매미성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아픈 사연을 지니고 탄생한 매미성이 세월이 흘러 명승지가 되었다. 바다를 향해 돌출한 성의 망루 같은 곳에 앉으면 뒷배경으로 거가대교가 지나니, 젊은이들 사이에 포토존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월요일인데도 주차장은 만차. 나도 주차장을 지나쳐 길가에 차를 세웠다. 입구부터 카페촌이 형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미성에서 사진을 몇장 찍다 보니 배터리가 소진된다. 아뿔싸.... 예비 배터리를 차에 두고 왔는데, 어쩌지? 뭘 어째? 그만 찍어야지.  그래 다음에 아내와 같이 올때를 기약하고 쓰린 마음을 달래자. 그리고 교훈 하나. 카메라와 배터리는 동체다. 지금껏 메모리는 가득 찬 경우가 없었지만, 배터리는 방전되어 사진을 찍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지난번에 찍던 배터리를 그냥 카메라에 장착하고 나와서 더 그렇다. 2칸이 남아 있어 이 정도면 되겠다 안심한 것이 화근. 더우기 예비 배터리를 차에 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차를 먼 곳에 주차하고 온 것이 문제였다. 

  매미성에서 바로 아파트로 직행. 갈 때는 해안도로를 타고 천천히 달려, 2-3 시간이 걸렸는데 올때는 바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니 35분이 걸린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니 또 가면 된다. 오는 길에 거제해수온천탕 표지판을 봤다. 이번주 수요일에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한번 가봐야겠다. 코로나를 의식해 가지 못했는데 평일에 가면 사람도 적을테니 괜찮지 않을까? 오늘은 멋진 하루. 뷰티풀 마이 라이프다. 다시한번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 솟구친다.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꿈만 같다. 아버님도 여행을 좋아하셨고 바다를 특히 좋아하셨는데, 만약 생존해 계셨다면 오늘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나의 이런 행복은 여러사람의 도움 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 행복을 소홀히 생각하지 말자. 소확행. 작은 행복이 아니라, 소중하게 주어진 보석 같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