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립 도서관에 책을 빌리려 인터넷 검색. 통영에는 4개의 도서관이 있는데 3개는 월요일에 휴무, 그런데 죽림지구에 있는 충무도서관은 금요일에 휴무. 교통편은 100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 무전해안공원 인근에 위치한 통영시립도서관이 편리하겠지만, 버스를 내려 16분 가량 걸어 가야 하고 주차장이 협소하다. 그런데 충무도서관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불편하지만, 차를 가지고 가면 10분이면 되고, 주차장도 넓직하다. 전화를 걸어 타지인인데 도서대출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가능하단다. 아파트에서 출발해 8Km. 죽림지구 초입에 위치한 도서관은 열람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세상에... 이런 명당 자리에 도서관이 있다니... 코로나 영향인지 열람실엔 3명이 책을 본다. 칸막이를 설치한 나머지 자리에도 빈자리가 쉽게 눈에 띈다. 2층 열람실에 가서 도서대출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등록을 하면 가능하단다. 마침 하남시 나룰도서관에서 등록한 <전국 공공도서관 이용카드>인 '책이음'이 있다고 하니, 컴퓨터로 바로 조회를 해 보고,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신분증으로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더니 바로 도서 대출이 가능하단다. 하남시에서처럼 월 5권, 2주간 대출, 추가 1주 대출연장. 전국 공공도서관 이용이 같은 룰 적용이다. 세상이 좋아졌다. 대한민국의 IT 활용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4차 산업시대의 편리함을 올차게 누리고 있다.
통영 도서관에서 제일 먼저 빌리고 싶은 책이 있었다. 바로 박경리선생의 책. 그중에서도 '김약국의 딸들' 지난 서피랑에 갔을 때 박경리선생의 대표작으로 알리는 문구를 보았기에 선뜻 이 책부터 택했다. 토지는 예전에 읽어서 뒷전으로 밀렸지만 다시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김약국의 딸들'이란 제목에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60년대나 혹은 70년대로 생각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 성동고등학교 앞 율원약국이 있었는데 50대로 여겨졌던 여약사의 실력이 뛰어나고 약이 잘 듣는다고 하여 우리는 이 약국 단골이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 약국의 처방이 다른 약국보다 세서 보통 감기에도 약을 한웅큼씩 먹어야 했다. 그러니 아픈 것이 쉽게 낫지 않았겠는가? 물론 내성 또한 강해져 몸에는 좋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김약국의 딸들에서 내 어린시절의 추억이 있는 이 약국을 떠올렸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시대적 배경이 조선말, 고종과 민비 시해시건이 언급되고 동학란을 거쳐 일제강점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36세에 출생지 통영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나는 박경리선생이 43세에 쓴 대하소설 '토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고, 토지를 쓰기 위한 준비작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경리선생의 책 2권을 빌렸다. '김약국의 딸들'과 또 하나는 유고시집인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제목이 내 마음에 먼저 닿았던 책이다. 그리고 존 그리샴의 책 '불량변호사'와 '잿빛음모' 2권도 빌렸다. 읽을 책이 책상에 쌓여 있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책을 빌려 나오면서 통영이 좋은 이유 한가지가 추가되었다. 서울에선 어디든 사람들이 바글거리는데 여기는 한적한 장소에 위치한 도서관, 그곳에서 여유롭게 자리를 차지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과 열람실 책상에서 눈만 들면 바다가 보이는 조망권까지... 굳이 서울에서 살면서 볶닥거릴 필요가 있을까? 물론 퇴직한 이후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자연의 혜택, 전국 동일한 가격의 택배시스템, 5G 속도를 지원하는 인터넷, 서울과 동일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마트, 다이소 등 대형매장. 서울보다 저렴한 휘발유 가격. 내려온 지 한달 보름이 넘었지만 미세먼지주의보, 초미세먼지 나쁨... 이런 알림을 찾기 힘든, 아니 한번도 보지 못했다. 매일 일기예보에는 '초미세먼지 좋음'이다. 게다가 매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에 더위를 잊고 사는 데, 이런 혜택을 마다하고 서울에서 살 필요가 있을까? 점점 지방으로 내려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 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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