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 아침 7시경 제일 먼저 어머님이 전화를 주셨다. '생일 축하한다'고... <나를 낳던 날은 장날이었고 매우 더운 날이었는데, 정오 무렵 배가 살살 아파와서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오후 4시경 나를 낳으셨다고 한다. 나를 낳고 뜨거운 미역국을 먹었는데 더운 날, 뜨거운 미역국을 땀을 뻘뻘 흘리며 드시고는 온 몸에 땀띠가 벌겋게 돋아서 소금물로 닥아내셨던 기억이 있다고 하신다. 처음으로 듣는 말이었다. 딸 넷을 내리 낳으시고, 아들인 나를 낳으셨으니 얼마나 좋으셨겠는가? 어머님 말씀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았다고 하신다.> '아니예요, 어머니, 오늘 저를 낳으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 어머님이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하니 부산누님과 똑같은 말을 한다고 하시며 좋아하신다. '다음주에 서울 올라가니 그때 뵈어요!' 어머님과 통화하고 3분이나 지났을까? 이번엔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혼자서 미역국도 못 먹고, 쓸쓸한 생일이 되어서 어떻게?'한다. '미역국은 작년에 많이 먹었잖아. 그러면 됐지!'하니 서울 올라오면 미역국 맛나게 끓여 준단다. 사실 혼자서 생일날 쓸쓸하게 맞을까 봐 깜짝쇼라며 통영에 내려오려 했단다. 내가 다음주면 올라갈텐데 그러지 말라고 완강히 말렸다. 아내와 통화하고 출근하고 있는 딸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 <딸, 좋은아침> <[울 딸] [오전 8:05] 햅삐 버스데이. [울 딸] [오전 8:05] 대디.>라며 바로 카톡 문자가 온다. 녀석 기다렸다는 듯이 답장을 보낸 걸 보면 아마도 망설였던것 같다. 아빠가 아침에 볼까? 보내도 되나?하면서... 늘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속 깊은 딸이다. <오늘 아빠 생일 축하해 줘서 고마워, 땡큐>했더니 <추카추카. 짝짝짝>이라고 답이 온다. 지금껏 처음이다. 생일 아침에 딸로부터 문자를 받은 것도, 대디라는 호칭을 쓴 것도... 오늘 너무 기분 좋은 날이다. 어머님이 나를 낳으시고 세상 다 가진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나는 오늘 아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축하선물로 거제도 한바퀴 돌고 오려고 한다. 비가 오면 어떠냐? 콧바람 쐬고 오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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