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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9월 4일 48년 친구

    아침 5시 30분에 출발한다. 오늘은 대전 신탄진 톨게이트로 나가 환삼이를 만나고 통영으로 내려간다. 1년만에 만나는 친구. 16살때 만나 64살이 되도록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 가장 오래된 나의 벗이다. 나는 퇴직했지만 아직도 현직으로 근무중인 친구의 사정을 생각해, 모닝 커피나 마시며 1시간여 이야기를 나누면 8시 30분. 출근시간에 늦지 않게 돌려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지난달 아내가 딸과 내려왔다가 서울로 올라갈 때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었다는데, 대중교통 이용할 아내가 걱정되어 차로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당시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을때 환삼이가 전화를 했었고, 난 운전중이어서 받지 않았었다. 서울에 도착하고 저녁 무렵에 전화를 하니, '내가 자기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는다'고 오해를 했단다.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통영에 내려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통영으로 내려갈 때 대전에 들러 얼굴 한번 보고 가라며 안부인사를 겸한 통화를 했었다. 그리고 1주일만에 통영으로 내려가며 친구를 만나는 것이다. 신탄진 톨에이트 앞 도로공사 사무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아주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여전한 친구의 모습, 더 젊어진 친구의 모습을 반갑게 맞이했다. 친구가 자기 차를 타고 갈 곳이 있다며 데려가는데 벤츠 350. 친구가 중고차를 구입해 손수 1년간 정비해서 타고 다닌다고 했었는데, 28만 Km를 달린 차 치고는 깨끗한 차였다.

  친구가 운전하는 벤츠를 타고 스벅에서 커피를 드라이브스루로 주문해 손에 들고 대청댐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나를 위해 휴대용 보냉 보틀까지 준비한 친구에게 '허~~ 뭐 이런것 까지'했었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 자신이 대전에 처음 내려와 신혼살이를 했던 집이라며 허름한 블럭집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집에서 셋째까지 낳아 길렀고, 대덕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고 했다.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구원의 빡빡한 월급으로 3자녀를 길러야 했으니 여유롭지 않았을 생활이 짐작이 되었던 것이다. '형수님께 잘 해야겠네...'라고 했지만, 나는 어땠나?를 비교해 보니 대전에 내려 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찾아주질 못했던 친구에게 미안했다. 대청댐으로 가면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나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감동시킨다. 헤어지며 봉투를 하나 내민다. "너 퇴직했다는 소리 들었다. 그래서 퇴직 기념 선물을 준비했어."  허허허... 통영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오래된 친구의 따뜻한 우정에 감동하고, 내 모습을 반성하고, 친구에게 해 준 것이 없다는 사실에 울먹해지는 마음을 추스리며 깊은 사색에 잠겨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