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환삼에게! 퇴직하고 제일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slow였다. 행동만이 아니라 생각과 말과 라이프까지도 가급적 천천히 해보려 했다. 천천히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적는 일에 컴퓨터의 도움보다는 연필로 사각사각 써 내려가고 싶었다. 연필로 쓰면 떠오른 생각을 급하게 컴퓨터 자판으로 두들겨 대기 보다는 머릿속에서 한번 여과시켜 쓰게 된다. 당연히 back space 버튼으로 오자를 지우지 않게 되니, 생각의 흐름도 끊기지 않는다. 샤프 펜슬보다는 연필을 선호하는 이유는 글로 쓰는 촉각이 좋고, 무딘 연필을 깍아 날 세워 쓰는 것이 내 마음의 무딤을 벼리어 내는 것 같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가 제대(퇴직) 축하한다며 만년필을 선물했다. 이심전심이랄까? 천천히 생각하며 머리속 생각을 적어내려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컴퓨터로 두들기거나 볼펜으로 마구 써 내려가는 것보다 연필이나 만년필로 한자 한자 또박또박 적는 것이 좋다. 법정스님이 만년필로 글을 쓰셨다고 했던가? 아무튼 Slow Life를 새로 얻은 만년필로 적어 보고 싶다.
만년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천천히 생각하고, 깊은 명상을 하라는 조언을 친구가 전해주었다. 고맙네! 친구여.
2020년 9월 5일 c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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