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머리 -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순 어느 날 해질 무렵, S골목 전셋집에 방 한 칸을 빌려 하숙하고 있는 한 청년이 자기 방에서 거리로 나와 좀 망설이는 듯한 느린 걸음으로 K다리 쪽을 향해 걸었다."
*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와 동생 리자베타 이바노브나를 도끼로 살해 후 갈등을 겪는 생생함을 묘사.
* 마르멜라도프 -- "이보오 주인, 당신은 내가 이 술병 때문에 즐거웠는 줄 아시오? 나는 술병의 밑바닥에서 슬픔을, 슬픔과 눈물을 구한거요. 그리고 마침내 슬픔과 눈물을 맛보고 찾아낸 것이오."
* 모친 -- "그를 만나거든 첫눈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네 성미대로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아라. 비단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사람을 처음 대할 때는 나중에 후회하거나, 돌이 킬 수 없는 오해와 짐작만으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 보아야 하느니라. 물론 그가 너에게 좋은 인상을 주리라고 믿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 <라스콜리니코프의 말> * * "여기서 잠깐 언급해 두자면 그는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와 밤색 머리를 가진 뛰어난 미남자로, 훤칠한 키에 잘 균형잡힌 몸집의 청년이었다. 지금 그는 명상이라기 보다 어떤 망각상태에 빠져 주위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걸어 가고 있었다. 가끔가다 자기 자신도 인정한 그는 언제나 혼잣말을 하는 버릇대로 무엇인가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기 생각이 혼란스럽고 몸도 극도로 쇠약해 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거의 이틀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이라면 아무리 궁한 처지라도 도저히 밝은 거리로 나설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지나치게 중얼거린다. 이렇게 생각만 하니까 아무 일도 못하는거야. 아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 생각하고 지껄이기만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혼자 중얼대는 버릇이 생긴 것도 내가 한달 동안 방구석에서 꿈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난 왜 이렇게 망설이고 있을까?"
* "가난은 죄악이 아니라는 말은 진리입니다. 그리고 음주가 선행이 아니라는 것도 진리입니다. 나도 그런 것쯤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고 그야말로 맨 주먹 밖에 없게 되면 그건 죄악입니다. 사람이란 그저 가난하다는 정도에서는 어느 정도 타고난 고결한 품성을 잃지 않는 법이지만, 알거지가 되면 그런 고상한 감정 따위를 간직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맨 주먹이 되고 보면 이건 인간사회에서 몽둥이로 두들겨 맞는 정도가 아니라 빗자루로 쓸어 낸 쓰레기처럼 되고 말지요. 이건 정말 뼈에 사무치는 모욕이지만 알거지가 되면 그것도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쯤되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스스로를 모욕하려 드니까요. 그래서 술을 찾는 겁니다."
* "여기서 한가지 지적해야 될 사실은, 이 사건을 통해서 그가 내린 모든 결정에는 한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결심은 묘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결심이 확고해 지면 확고해 질수록 그에게는 점점 더 추악하고 불합리한 것으로만 생각되었다. 이렇게 한없이 괴로운 내적 투쟁을 반복하면서도 그는 단 한순간이나마 자기의 계획이 실현 가능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마지막 단계까지 분석이 끝나고 모든 결정이 철저히 검토되어 더 이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없다 하더라도 그는 모든 계획을 추악하고 우열한 실현성 없는 계획으로 돌려 버렸을 것이다."
* "어째서 모든 범죄는 그렇게 쉽게 발견되어 진상이 드러나는 것일까? 어째서 많은 범죄자의 흔적이 그처럼 뚜렸하게 남는 것일까? 그리하여 그는 가지각색의 흥미있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첫번째 결론은 이렇다. 즉 범죄가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감쪽 같이 흔적을 은폐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범죄자 자신의 심리적 갈등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범죄자는 범행하는 순간에 의지와 이성이 상실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장 필요한 순간조차도 어린 아이처럼 이상하게 경솔한 짓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그가 확신하는 바에 따르면 이성이 흐려지고 의지가 마비되는 상태는 병균처럼 사람에게 달려들어 점점 퍼져서 마침내 범행 직전에 이르면 그 극도에 달한다. 그리고 그 상태가 범행 순간까지, 사람에 따라서는 범행 뒤까지도 얼마간 계속된다. 그러나 마침내는 병이 낫듯이 그런 상태도 씻은 듯 사라져 버리고 만다. 여기서 한가지 문제 되는 것은, 병이 범죄를 낳는가 아니면 범죄자체가 병에 유사한 요소를 늘 내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 '이성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이건 악마의 짓이다.'
* '아마도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사람은 이렇듯 도중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마음이 끌리는 모양이다!'
*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함부로 털어 놓고 이야기하지만, 수단꾼은 그런 말만 들어도 이게 웬 떡이냐 하는 법일세."
* "모자는 옷차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간판과 같은 것일세. 트레쟈코프라는 내 친구는 공식석상에 나갈때마다 다른 사람은 다 모자를 쓰고 있는데, 그는 반드시 머리에 쓴 것을 벗었다네. 남들은 이걸 노예 근성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까치집 같은 자기 모자가 창피했었던 것 뿐이야."
* "사형선고를 받은 어떤 사나이가 죽음 한 시간전에 이런 말을 했다던가? 아니면 생각했다던가 하는 것인데 만일 자기가 어떤 높은 절벽 위나 그렇지 않으면 겨우 두 발로 서 있을 정도로 비좁은 장소에서 절벽과 바다와 영원한 어둠과 영원한 고독과 영원한 폭풍에 갇힌 채 살아야 한다 하더라도, 그리고 사방 한자 밖에 되지 않는 장소에 평생토록, 천년이든 만년이든 영원히 서 있어야만 한다 할지라도 지금 죽는 것보다는 사는 편이 그래도 낫다는 것이었어, 어떻게든 살고 싶다! 살고 싶단 말이야! 어떤 식으로 살더라도 살고 싶다….. 이보다 더한 진실이 어디 있겠나? 이보다 더 진실한 목소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염치 없는 놈이라고 부르는 녀석도 역시 염치 없는 놈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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