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장에 갔다. 올해 추석은 통영에서 지내려 결정했는데, 다음 주엔 추석 전 물류대란이 시작될 터. 중앙시장의 '맛있는 젓갈' 집에 가서 멍게젓 3통, 낙지젓 4통을 샀다. 각 3통은 서울집으로 배송 의뢰했다. 귀가하려고 버스정류장에 가다 맛나 보이는 고구마를 한바구니 샀다. 밤고구마라며 할머니가 맛있단다. 그런데 현금을 주기 위해 지갑을 열다 아내에게 쓴 편지를 젓갈 택배편에 부탁한다는 걸 잊었다. 다시 가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젓갈 보낼 상자에 편지를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편지 내용은 이번 추석은 통영에서 지내려고 하며, 누구 누구에게 젓갈을 보내야 하는지를 적었다. 그리고 나도 통영생활이 편한 것이 아니지만, 혼자 지내보려 하려는데 아내의 이해를 부탁한다고 썼다. 김정운교수가 말했듯 환갑을 넘으면서 '외로움'과 친해 보려고 한다. 그래야 외롭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기 위해서...
다음날 밤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 젓갈이 왔어. ….' 울먹이는 목소리가 이내 울음으로 변한다. '보고 싶어…' 통영에서 사서 보낸 젓갈 택배 상자에 손편지를 써서 함께 넣었는데, 아내가 그것을 읽은 모양이다. 2주일 동안 고민을 했었다. 추석에 서울 집에 올라가야 하나, 마나… 명절이니 당연히 올라가야 겠지만, 추석 지내고 바로 아버님 화장장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하고, 19일에는 안성 공원묘지에 가서 아버님 개장을 해야 하니, 3주간 서울 집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 방송에선 코로나 예방수칙으로 추석 명절에 이동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 60평생 처음으로 명절을 혼자 보내고 싶었다. 나이 먹고 웬 청승이냐고 할지 모르나 혼자서 즐기는 고독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명절에 고향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부산함 가운데 외로움울 느끼는 것보다는 외로움 속에서 조용한 행복을 찾고 싶었다. '그래... 이번 추석엔 홀로 지내보자'고 결정을 하고 보니, 다음주엔 추석 선물 물동량 홍수라니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시장에 가서 '맛있는 반찬' 멍게젓과 낙지젓을 택배로 보내면 토요일엔 도착할테니, 물류대란이 일어나기 전이어서 무사히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젓갈을 사러 가기전에 아내에게 손편지를 썼다. 친구 환삼이가 내 퇴직기념으로 선물한 파커 만년필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썼다. 이번 추석엔 혼자 통영에서 지내려 한다. 택배상자에 담긴 젓갈은 정릉 처가와 소농선생님, 그리고 당신에게 잘해 주는 15층 장사장과 취정에게 추석선물로 주라고 당부를 썼다. 그리고 '통영에 남아 홀로 지내려는 내 마음을 헤아려 주기 바라며, 이런 귀한 시간을 갖게 해 준 당신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사랑한다.'고 썼다. 아내에게 보내는 손편지가 혹여 젓갈에 오염될 까봐 지퍼락에 넣어 보냈던 것인데, 이를 아내가 본 것이다. 오랜만에 쓴 손편지에 감동한 것인지, 어떤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내는 분명 깊은 감동을 받아 울먹였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전화 통화에서도 아내는 자기 전에 침대에서 한번 더 울었단다. 내 편지를 읽으면서.... 여린 사람. 아내는 아이 같은 순수성을 가진 사람이다. 순수성을 잃지 않도록 더욱 사랑해 주어야 할 아내.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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