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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10월 16일 익숙한 것과의 이별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마음이 아프고 슬픈 것까지는 아니지만 불편한 것은 확실하다. 통영에서 두 달 보름간 혼자 살다 내집 하남 아파트에 왔는데 낯설다. 물리적 장소나 사람이 바뀐 것은 아니다. 내가 해 오던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이 낯설다. 혼자 일어나 요가하고, 명상하고, 샤워하고, 차를 마시며 맑은 정신으로 글 쓰는, 내게는 익숙한 것들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서울 집에서의 생활 방식에 맞추게 되는, 나의 루틴한 일상과는 다른 행위와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혼자가 아니고, 아내와 둘이 함께 하는 공간이기에 새로운 삶의 패턴이 생긴다. 그래서 조금 불편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패턴이 즐거움도 준다. 나를 고집하지 않고, 내 삶의 익숙한 패턴을 버리면 나는 조금 불편할 지 모르지만, 함께 하는 사람에게는 즐거움과 기쁨을 선물할 수 있다. 나 혼자만의 만족보다는 더불어 함께 즐기는 행복이 큰 것은 진실이다. 나를 숙이고, 내 고집을 버리고 상대방을 존중하면, 내가 포기한 것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이 찾아온다. 아내가 하려는 일에 동의하고 함께 하면 파랑새는 내 어깨에 내려 앉는다. 오직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문을 욕되게 하고, 가족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면, 아내의 뜻을 존중해 주고, 동의해 주고, 함께 가 준다면 행복은 살며시 찾아온다. 결코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며, 내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아니다. 조금 불편한 것을 참을 줄 안다면,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새로운 것과의 만남을 기쁨으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