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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10월 20일 아버님! 평안히 쉬십시요.

  오늘은 납골당으로 아버님 유골을 모신다. 어제 11시에 개장 절차를 진행했건만 아버님 유해가 육탈이 덜 되셨고, 화장도 안성공원 묘지에서 가까운 곳은 예약이 차서, 급히 운구차를 요청하고 수원 승화원으로 모셔서 14시 50분에 간신히 화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 16시 30분에 화장이 종료되어 납골당이 있는 안성 공원묘지로 되돌아 가기에는 시간이 늦었다. 해서 아버님 유골함을 모시고 에코 집으로 왔다. 평생 어머님께 큰 소리 한번 내신 적이 없어 아버님을 존경하며 사셨다던 어머님도, 어제 공원묘지에 가지 못하셨으니 얼마나 마음이 착잡하셨을까? 다행인지 아버님 유골을 화장한 유골함을 모시고 왔으니, 어머니도 아버님과 또 한번의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님이 아버님 유골함에 삼배를 올리고 게스트룸에 하룻밤을 모셨다.

  아침 7시에 안성묘지로 출발. 8시 30분에 도착했다. 납골당은 아버님은 60년, 어머님은 120년 동안 모실 수 있고, 관리비는 없다. 2010년 이후 계약자의 경우는 매년 7만원의 관리비를 내야 하지만, 2000년에 봉분을 하신 아버님이나 2005년에 부부합장 납골당을 계약한 어머님의 경우는 당시 관리비 옵션 조항이 없었기에 무료라고 한다. 혹여 내가 죽고 나면 년 7만원이라도 정윤이가 납부해야 하는 부담을 주기 싫었는데 아주 잘 되었다. 안성 천주교 공원 묘지 납골당에 위치한 성당 주재 수녀님의 기도와 함께 아버님 유골함을 납골당에 안치했다. 이로써 2020년 가장 큰 숙제를 마무리했다. "아버님, 편안히 쉬십시요."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고개를 숙이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솟는다. 어제 파묘를 하고 육탈이 덜 진행되신 아버님을 보고도... 화장장에서 화장을 진행하고, 유골을 빻은 유골함을 받아들고도... 덤덤했던 내 가슴에, 이제서야 아버님께 송구스럽다는 마음이 가득차며 결국 소리내어 흐느끼게 되었다.

  올 봄부터 준비하고, 개장을 예약하고, 개장 서류 준비와 화장장 예약을 하면서, 아버님이 조금 더 사셨다면 용돈을 드릴 경제적 여유도 생겼고, 아들이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기쁨도 전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을 뒤늦게 참회하며 뉘우치기만 했었다. 그런데 납골당으로 모시고 나서야 '이제 다 끝났구나!'라는 생각과 그리운 아버지 생각이 교차하며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5분여 울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기도해 주셨던 수녀님께 아버님을 위한 연미사를 부탁하며 봉헌금을 드렸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하늘 나라로 떠나신 부모님의 영혼이 평안하시길 바라지 않는 자식 또한 없을 것이다. 특히나 살아 생전 아버님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이 컸던 자식에게는 아버님의 떠나심이 예사로운 일이 될 수는 없다. 영혼은 20년 전 떠나셨지만, 이 세상에 남겨진 한 줌의 유골은 영원히 아들인 나와의 연결된 끈으로 남아계실 것이다. "아버님! 평안히 쉬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