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의 순환. 氣란 무엇일까? 나의 신체 내부에서 흐르는 에너지.
2020년 퇴직 후 아침 요가의 마무리는 명상과 단전호흡이다. 10개월 가량 가벼운 단전호흡으로 손바닥에서 열기가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전에 집중하며 호흡을 하다보면 단전이 뜨거워지고, 몸이 더워지며 가벼워짐을 느낀다. 30대 초반, 단전호흡을 배우러 다닐 때의 빠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무리한 호흡이 아니다. 빨리 단전이 뜨거워지게 하려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기운을 집중하기만 했던 그릇된 수련이 아니다. 편한 호흡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단전에 기운이 모아지는 수련법을 체득하게 되었다. 강한 힘과 지나친 집중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편한 호흡 가운데 조금만 단전을 의식하며 집중해도 단전자리가 뜨거워지고 축(築)기(氣)가 이루어짐을 느낀다.
운동이든 비지니스든 억지로 무리해서 진행하려고 하면 탈이 난다.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하게 되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한 나를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인간 역사에서 가장 커다란 병폐는 두 가지. 하나는 '잉여'요, 다른 하나는 '빨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 취득은 저장할 수 밖에 없다. 몸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영양분을 지나치게 축적함으로써 병이 생긴다. 내가 과잉생산해서 보관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내 욕심도 커지고 다툼도 많아지게 된다. 잉여는 나쁜 요소다. 초원의 왕 사자도 배고픔을 잊을 정도로만 사냥을 한다. 배가 부르면 바로 옆에 사냥감이 지나가도 본 척도 하지 않는다. 만약 최상의 포식자로서 배가 고프든 고프지 않든, 무조건 지나는 모든 동물을 죽여 놓는다면, 생태계에 커다란 문제가 생길 뿐더러 사자에게 초원의 왕이라는 칭호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사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수백만년을 거친 시행착오와 DNA에 축적된 정보가 알려주는 우생학적 가르침을.
'빨리'는 어떤가? 빠름이란 내 욕심을 채우려는 행위다. 욕심이 없다면 빨리 할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각 사물의 주어진 환경과 생장조건에 맞추어 하면 된다. 빨리는 곧 빠른 소멸이기도 하다. 빨리 핀 꽃은 일찍 시든다. 빨리 성장한 작물은 열매가 충실하지 못하다. 빨리해서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자연에 순응하여, 서서히...'라는 말을 가장 큰 가르침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자연이 가르쳐 준 진리를 거스르려 하는 인간의 우매함이 이제는 교훈을 얻을 때가 되었다. 수 천년, 아니 수 만년 시행착오를 거치고 진화를 하면서 생존법을 익힌 자연의 가르침을 불과 18세기 이후 3-400년의 경험과 욕심으로 가득찬 이기주의적 빨리는 이제 속도를 늦출 때가 되었다.
잉여와 빨리는 그 근원에는 나의 욕심과 우월주의가 숨어 있다. 하지만 욕심과 우월을 뽐냄은 병이요 죽음에 다가서는 지름길이다. 자연 법칙이 가르쳐 주는 교훈, 힘 빼고 천천히 숨쉬듯... 물 흐르듯, 구름에 달이 가듯....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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