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1918년 카프카즈의 키슬로보드스크 시에서 출생.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8년동안 강제노동수용소 생활.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 1974년 스위스로 망명했다가 1994년 러시아로 귀환, 2008년 모스크바에서 사망.
* 머리말 - "여느때처럼 아침 다섯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소리가 들려온다. 본부 건물에 있는 레일을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다. 손가락 두 마디만큼이나 두껍게 성애가 낀 유리창을 통해 단속적인 음향이 희미하게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해 진다. 날씨가 춥다보니 간수도 오랫동안 두드리고 있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기상신호가 울리긴 했지만, 슈호프가 한밤중에 소변을 보러 갔던 그때나 마찬가지로 창 밖은 어두웠고, 창 밖에 서 있는 가로등 세개가 내는 누런 불빛만이 창문에 비치고 있다. 그 중에서 가로등 두개는 외부 구역에 있고, 다른 하나는 수용소 내부에 있다. 웬일인지, 오늘은 여느 때처럼 간수가 문을 여는 기척도 없고, 당번들이 변기통을 막대기에 매고 내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이봐, 이곳에는 법칙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밀림의 법칙이라는 거야. 그러나 이곳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지. 수용소 안에서 죽어가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남의 빈그릇을 핧는 놈들이고, 맨날 의무실이나 갈 궁리를 하는 놈들, 그리고 정보부원들을 찾아 다니는 놈들이야."
* "분명한 사실은 그곳에 가면, 한달동안 계속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몸을 녹일 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다. 움막 한채 없는 곳이고 모닥불을 피울래야 피울 나무 토막 하나 없는 곳이다. 몸을 녹일 유일한 방법은 죽어라고 곡괭이질을 하는 수 밖에 없는 곳이다."
* "슈호프는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할 줄 안다. 일이란 것은 마치 막대기와 같아서 양 끝이 있는 법이다. 영리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신경을 써서 일을 잘 해야 하지만, 멍청이들을 위해서 일을 할 때는, 그냥 하는 척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안 그랬더라면, 벌써 오래전에 완전히 뻗어버렸을 것이 분명하다."
* "야채수프는 따뜻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인데, 다 식어버렸으니, 오늘은 그나마도 운이 없는 날이다. 그러나 슈호프는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설사, 지붕이 불 탄다고 해도,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식사 시간 십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이다."
* "혼자 다니다가 간수에게 들키면 재미없다. 항상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을 시킬 사람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고, 울분을 터뜨릴 상대를 찾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 "일을 하고 있노라면, 시간이 어이 없이 빨리 지나가고는 한다. 수용소에서의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 것이 한 두번이 아닌 슈호프지만, 형기는 왜 그리 더디게 지나가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전혀 줄어들 기미가 없다."
* 마무리 - "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절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 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 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이렇게 슈호프는 그의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십년을, 그러니까 날수로 계산하면 삼천육백오십삼일을 보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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