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와바타 야스나리 - 1899년 일본 오사카 출생. 일찍 부모를 잃고 15세때 10년간 함께 살던 조부마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남.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내며 생겨난 허무와 고독, 죽음에 대한 집착은 평생 그의 작품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1937년 38세에 설국을 출간, 독보적인 일본작가로 국내외에 자리매김을 함. 발표 후 12년동안 여러 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1948년, 49세에 완결판으로 출간.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1972년 3월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후 퇴원 한달만에 자택에서 가스자살로 생을 마감.
* 첫머리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건너편 자리에서 처녀가 다가와 시마무라 앞의 유리창을 열어젖혔다. 차가운 눈 기운이 흘러 들어왔다. 처녀는 창문 가득 몸을 내밀어 멀리 외치듯, <역장님, 역장님--->. 등을 들고 천천히 눈을 밟으며 온 남자는, 목도리로 콧등까지 감싸고 귀는 모자에 달린 털가죽을 내려 덮고 있었다. 벌써 저렇게 추워졌나 하고 시마무라가 밖을 내다보니, 철도의 관사인 듯한 가건물이 산기슭에 을씨년스럽게 흩어져 있을 뿐, 하얀 눈 빛은 거기까지 채 닿기도 전에 어둠에 삼켜지고 있었다. <역장님 저예요. 안녕하셨어요?> <오, 요코양 아닌가. 이제 돌아오는 게로군. 다시 쌀쌀해졌는걸.>
* "고마코가 아들의 약혼녀, 요코가 아들의 새 애인, 그러나 아들이 얼마 못가 죽는다면, 시마무라의 머리에는 또 다시 헛수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고마코가 약혼자로서의 약속을 끝까지 지킨것도, 몸을 팔아서까지 요양시킨 것도 모두 헛수고가 아니고 무엇이랴."
* 마무리 - "물을 뒤집어 쓴 타다 남은 시커먼 나무들이 어지러이 흩어진 속에서, 고마코는 게이샤의 긴 옷자락을 끌며 비틀거렸다. 요코를 가슴에 안고 돌아 오려 했다. 필사적으로 버티려는 얼굴 아래, 요코의 승천할 듯한 멍한 얼굴이 늘어져 있었다. 고마코는 자신의 희생인지 형벌인지를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달려 나와, 두 사람을 에워쌌다. <비켜요, 비켜주세요.> 그는 고마코의 외침을 들었다. <이 애가 미쳐요. 미쳐요.>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게 다가가려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떼밀려 휘청거렸다. 발에 힘을 주며 올려다 본 순간, 쏴아 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 했다."
* 설국 배경 - 설국이 전개되는 구체적 무대는 니카타현의 에치고 '유자와 온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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