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의 '달빛'과 넷플릭스의 All the light we cannot see. 퓰리처상을 수상한 앤서니 도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4부작. 배경은 2차 세계대전으로 당시 단파 13.10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 프랑스 생 말로에 거주하는 일명 교수는 항상 드뷔시의 '달빛'을 배경음으로 틀어놓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과 드뷔시의 '달빛'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우선 급한대로 유투브에서 조성진이 연주하는 드뷔시의 달빛을 들어본다. 늦은 가을 밤, 홀로 듣는 달빛이 내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방의 불을 끄고 다시 들어본다. 이토록 아름다운 피아노곡이 있을까? 눈을 감고 또 들어본다. 늦은 가을, 낙엽이 쌓인 좁은 오솔길을 걸으며, 혹여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가 이 정적을 깨뜨릴까 조심하며 걷다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나무 가지 사이로 비껴드는 고요한 달빛. 조용하게, 고요하게, 살며시, 부드럽게... 낙엽을 떨군 늦가을 나무 가지 사이로 내려오는 달빛을 보며 홀로 숲 길을 걷는 상상을 한다. 강하지 않고 여리게, 빠르지 않고 여유롭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고음과 저음의 피아노 사운드.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늦은 밤, 홀로 거실의 불을 끄고 편안한 소파에 깊숙히 앉아, 눈을 감고 들어야 느낌을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손열음의 빠르고 느린 변주와 강하고 여린 터치의 변화보다는 조성진의 일관되게 잔잔하게 흐르는 물과 같은 연주가 나는 더 좋다. 그리고 첼로 연주보다는 피아노 연주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갑자기 베토벤의 월광소나타가 듣고 싶어진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는 뭐랄까? 깊은 산과 호수에 비친 Full Moon이라면, 드뷔시의 달빛은 늦가을 초저녁에 보이는 초승달 같다. 베토벤의 힘차고 깊은 울림이 퍼지는 월광도 좋지만, 나는 여린 듯 고요하게, 살며시 내려오는 초승달 같은 드뷔시의 달빛이 더 좋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가운데 고요하게 흐르는 달빛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나는 한동안 늦은 밤, 불 꺼진 거실에서 홀로 드뷔시의 달빛을 자주 들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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