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병원에 갔다. 선정릉 인근 '가슴 편한 내과'. 아내가 다녔었고, 심장 진료에 명성이 있는 원장이란다. 10시 예약을 했고, 어제의 상태를 원장에게 설명하니, 검사부터 진행해 보자고 한다. 먼저 소변검사, 혈액검사를 하고 가슴 X-Ray 촬영 그리고 심장 에코(초음파) 검사, 경동맥 에코... 검사만 40여분 했다. 12시 10분, 원장이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데 "심장에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좌측 경동맥에 동맥경화가 50% 진행되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심장 CT를 권유한다. CT결과를 보고 아스피린 복용 여부와 콜레스테롤 약 처방을 바꾸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오늘 귀가해서 혹시 밤에 자다 가슴 통증이 나타나면 119를 불러 대형병원에 가서 가슴초음파를 찍자고 해라."고 조언한다.
심장 CT는 아내의 스케쥴에 맞춰 금요일, 11/6일 09시 비에비스 나무병원에서 찍기로 했다. 결과는 3~4일 후 나온다고 한다. 아내는 대모 모친 조문하러 가고, 혼자 집으로 가는데 입안이 쓰다. 평생 건강을 자신하며 살다 60을 넘기면서 망막박리 수술을 했고, 2019년엔 발목수술까지... 그리고 2020년에 심장 CT촬영. 50대까지도 건강을 자신하며 남들처럼 병원에 누워 푹 한번 쉬어 보고 싶다는 입바른 소리를 하곤 했던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응보가 아닐까 생각했다. 다른 병이라면 의지로 이겨내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돌연사의 확률이 가장 높은 심혈관 질환이라 여겨지니 솔직히 겁이 난다. 내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100살을 바라보는 연로하신 어머니, 철이 없는 딸이 받을 충격과 앞으로의 삶이 걱정된다. 아내가 가장 걱정되지만 의외로 O형인 사람들이 그렇듯 외유내강. 아내는 담대하게 이겨내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아직 죽음을 생각하고 대비하기에는 63세의 나이는 너무 젊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언젠가는 모두 죽을 테지만 나에게는 준비가 안된 것이 아니라, 마무리를 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남았기에 아직 '레테의 강'을 건널 수 없다. 병을 얻어 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건강을 챙긴다고 했던가? 이제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signal을 받았으니 대비를 하자. 아직 마무리를 하지 못한 생의 날머리를 준비하자.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퇴직하고 통영에 홀로 있으면서 '퇴직 후 스트레스성 가슴 통증'이 아닌가 여겨진다. 62살까지 임원으로 재직했으니 다닐만큼 다녔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직서를 쓰게 한 인물이 누군지? 마음 속으로는 분노가 가시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가슴 통증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잊자. 잊어야지... 분노를 가슴에 안고 살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나 자신이다. 누구의 노랫말처럼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하지 말자. 그도 사직서를 쓰게 하고 싶었겠는가? 누군가의 지시를 따랐을테고, 언젠가는 그도 그렇게 사직서를 쓸 터인데... 오히려 제2의 인생을 진지하게 설계할 시간을 주어 고맙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멋진 나의 시니어 인생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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