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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11월 24일 아침의 녹차 한 잔

  날이 차다. 발이 시리고 어깨가 시리다. 이불 속은 내 체온이 미치는 곳은 따뜻하지만 옆으로 돌려 손을 뻗으면 같은 이불 속이지만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일어나기 싫다는 몸을 달래 침대 밖으로 내려오니 바닥의 찬 기운이 발을 시리게 한다. 얼른 정수기 물을 전기 포트에 붓고 스위치를 켠다. 소금물 양치를 하고 나와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시며 창 밖 산을 바라본다. 여기 통영의 산은 아직도 푸르다. 상록수만 심어져 있는 것은 아닐텐데 싸늘한 기운은 겨울로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창에서 보이는 산의 나무들은 아직도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하남 집에서 보았던 예봉산과 검단산의 단풍이 아직 여기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남쪽 나라의 따뜻함이다. 

  아침에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물이 움츠러들었던 몸에 더운 기운을 전하고 근육도 이완시켜 준다. 아내의 권유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마시던 커피를 녹차로 바꾸었다. 녹차 거름망에 티스푼 하나 분량을 넣고, 뜨거운 물을 100ml정도만 붓고 거름망을 10번 가량 흔들어 녹차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곰팡이와 불순물을 먼저 씻어낸다. 그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포트에 부운 다음 거름망을 15번 가량 담그고 꺼내기를 반복하면 거름망이 뽀그르르 물방울을 올리며 가라앉고, 은은한 녹차 향을 풍기기 시작한다. 녹차를 컵에 따라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상큼한 녹차 향이 뇌를 깨운다. 커피와는 달리 진하지 않고, 은은한 향과 맛이 좋다. 녹차를 두 모금 마시면 배가 따뜻해진다. 단전에서 더운 기운이 올라온다. 이제 천천히 만년필 뚜껑을 열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사각 사각...

  커다란 주제나 무거운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일상을 생각나는 대로 천천히 적는다. 수필을 쓰는 즐거움. 펜이 가는대로 써 내려간다. 이따금 방향 수정과 확인을 하며 글을 쓰는 재미. 오롯한 나만의 사색의 시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나의 즐거움을 알고, 즐기도록 도와 준 아내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차가운 날씨. 시려오는 발이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머리는 맑아진다. 오늘은 참 좋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