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내려 온 아침. 5시에 눈을 떴다. 아내가 챙겨준 전기 보온요를 켜고 싸늘한 새벽 기운을 녹이며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통영에 내려와서 몇 달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긴장감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삶을 앞으로 25년 내지 30년을 지속한다면 만족할 수 있을까? 만족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천천히… Slow Life가 은퇴 후 생활패턴으로 바꾸어야 할 목표라 여기고 있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행동하고, 조바심내지 않음으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차분해졌음은 긍정적 효과다. 그런데 긴장감이 사라지니 둔해졌다. 명료한 생각과 냉철한 판단력이 무뎌지고 생각지 못한 실수와 착오가 잦아진다. 북해에서 잡은 싱싱한 청어를 수송하기 위해 장어를 수조에 함께 넣으면, 장어에 먹히지 않으려 청어가 이리저리 움직이기에 싱싱한 청어를 먼 거리까지 수송할 수 있다고 했던가? 적당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높이고 뇌활동도 활발하게 도와준다. Slow Life를 추구 할 지라도 나태해지거나 늘어져서는 정신력과 체력을 쇠약하게 만든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서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는 Slow Life를 찾아야겠다.
아내가 "1년만 놀아 봐! 지겨워서라도 일하러 나가고 싶어질 걸!" 했던 말이 새삼 크게 들리는 듯 하다. 퇴직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가고 있다. 1달이 지나면 퇴직 후 1년이다. 일차적으로는 여유롭고 평온한 마음을 찾았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올라가 긴장감을 적절하게 유지하며 뇌의 활동을 늦추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겠다.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Study. 공부를 해야 뇌가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운동과 병행한 대외활동을 해야겠다. 경제적 이득이 주어지는 활동이라면 금상첨화이리라. 나를 낮추고, 자존심을 내려 놓고, 체력과 판단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이런 상태로 10년, 20년을 보낼 수는 없다.
무덤을 향해 걸어 가더라도 땅 속을 생각하며 발만 보고 걷는 것이 아닌, 같은 길이더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먼 산도 보고, 길가에 핀 꽃의 아름다움도 보며 걸어가자. 활기차게, 즐겁게 걸어가는 길로 만들어보자! 아직 일에서 손을 놓기에는 젊다. 나는 젊다. 할 일이 많다.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보자!
'My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11월 24일 아침의 녹차 한 잔 (0) | 2023.12.14 |
---|---|
2020년 11월 23일 신세계의 즐거움 (0) | 2023.12.14 |
2020년 11월 21일 다시 통영으로... (0) | 2023.12.14 |
2020년 11월 18일 위내시경 검사 (0) | 2023.12.14 |
2020년 11월 16일 연꽃은 탁한 물속에서 핀다. (1) | 2023.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