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간 과거를 쉽게 잊고,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소홀히 하며, 미래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자들의 인생은 짧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 수명의 짧음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 낭비가 문제다. >
사실 수명이 짧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이 문제다. 인생은 길고 제대로 잘 활용한다면 위대한 과업을 이루고 남을 정도로 충분 하지만, 방탕을 일삼고 무관심하게 살며 옳지 못한 목적을 위해 시간을 소비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인생이 바람처럼 지나가 버린다. 결국 죽음이라는 마지막 관문 앞에 도달했음을 너무 늦게 깨닫고 만다.
< 타고난 수명도 잘 활용하면 충분히 길다. >
왜 자연에게 불평을 늘어놓는가? 자연은 우리에게 자애로움을 베풀었고 제대로 사용하는 법만 익힌다면 인생은 충분히 길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끝도 없이 탐욕을 부리고, 어떤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목표에 매달린다.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게으름에 찌들어 매일 빈둥거리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끝없이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며 명예를 얻으려 애쓰고, 어떤 사람은 돈에 대한 욕망에 눈이 멀어 바다와 육지를 떠돌며 방황한다. 어떤 사람은 타인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타인을 위협하며 전투욕을 불태우고, 또 어떤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맹목적으로 보필하며 하인노릇을 하느라 진땀을 뺀다.
< 욕망의 포로가 되면 인생은 한없이 짧아진다. >
우리는 수 많은 악덕들의 틈새에서 압박을 받는다. 이러한 악덕들은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진리를 똑바로 직시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 또한 우리를 욕망의 포로로 만들어버린다. 욕망의 포로가 되어버리면 다시는 우리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만약 잠시나마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폭풍이 지나간 바다위로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여전히 좌우로 휩쓸릴 뿐이므로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
< 가진 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유로운 삶이다. >
여러분은 최고의 권력을 얻고 높은 명성을 얻은 사람들도 자신이 가진 부보다 여유로운 삶을 갈망하고 꿈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그들은 별다른 위험만 없다면 아찔한 정상에서 내려오고 싶어한다. 행운이란 외부의 공격을 받거나 충격으로 흔들리지 않더라도 그 자체의 무게만으로 스스로 무너져 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스스로의 주인이 되자. >
키케로가 말했던 '반 포로 신세'라는 표현을 살펴보자. 현인이라면 절대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비하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인은 절대 반 포로 신세가 되지 않는다. 언제나 온전한 자유를 누리고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으며,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평범한 이들보다 높은 곳에 존재한다. 한낱 운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 그 위에 무엇이 존재할 수 있을까?
< 배움에는 평생이 걸린다. >
일이 너무 많아서 분주한 사람들은 웅변이나 학문의 영역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들 한다. 온갖 것들 때문에 산만해지면 어떤 것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억지로 음식을 쑤셔 넣은 것 마냥 곧바로 토해내기 마련이다. 분주하게 사는 사람들은 사는데 별 관심이 없으며,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그외의 기술을 습득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고, 어디를 가나 좋은 스승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미숙한 아이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를 제대로 배우려면 평생이 걸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배우는 데도 평생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 하루가 충실한 사람들은 내일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
하지만 매순간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보내고,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꾸려나가는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지금보다 더욱 새롭고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을까? 전부 아는 것들이고 마음껏 누렸던 것들인데 말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그저 행운의 여신의 손에 맡겨두어야 할 부분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사는 자들은 확고하다. 지금보다 더 가질 수는 있어도 그들에게서 무언가 빼앗을 수는 없다. 만약 조금 더 얻는다고 해도 충분히 배가 부른 사람에게 음식을 더 주는 꼴이다. 그들은 그저 주는 대로 받을 뿐 간절하게 바라지도 않는다.
< 오래 살아남지 말고 제대로 인생을 살라 >
그렇기 때문에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이나 깊은 주름만 보고 살만큼 살았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 백발의 노인은 그저 오래 살아남은 것이지 제대로 인생을 살았다고는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항하자마자 거센 폭풍우를 만나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똑같은 자리를 빙빙 맴돌며 표류했다고 해서, 오랜 항해를 마쳤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저 물에 오래 떠 있었던 것이지 제대로 항해를 한것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 철학자들이 알려주는 영원에 이르는 길 >
고귀한 철학자들은 영원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줄 것이며, 아무도 끌어내릴 수 없는 자리에 오르게 해 줄 것이다. 이는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더욱 오래 살 수 있고 불멸의 길을 향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다.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공문을 내리고 건축물을 세운다고 해도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파괴되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지혜를 바탕으로 이룩한 것들은 세월의 힘을 비껴갈 수 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지혜로움은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세대를 거듭해 나가며 더욱 존경심을 얻게 될 것이다. 자신의 손에 닿는 것은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은 오로지 경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 죽음을 구한다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들이 제발 죽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고 해서 그동안 충분히 살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워낙 어리석은 자들이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서 차라리 스스로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죽음을 구하는 것은 사실 죽음을 두여워한다는 것의 반증이다.
< 우리의 미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이제 무지한 대중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풍랑에 휩쓸리며 온갖 일을 다 겪었다면 다시 잔잔한 항구로 돌아가자. 지금까지 사적인 부분에서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떠오른 생각 때문에 얼마나 많은 파도를 이겨내야 했고, 얼마나 많은 폭풍에 맞서야 했던가!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뛰며 충분히 노력했으니, 이제는 여가를 즐기며 우리의 미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라. 우리 삶의 대부분을 국가를 위해 바쳤다면, 이제는 남은 일부라도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라.
< 쾌락과 나태함은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아니다. >
그렇다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고 나태하게 보내라는 뜻은 아니다. 타고난 재능을 무지한 대중들이나 즐기는 쾌락속에 묻어버리라는 것도 아니다. 그건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아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던 일들보다 더욱 큰 목표를 발견하게 될 것이며, 이는 현재의 업무에서 한 걸음 물러나 평온한 마음을 가져야 성취할 수 있다.
< 자신의 인생과 오롯이 내 것만을 보라. >
다른 일 때문에 분주한 사람들은 모두 가련한 존재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련한 자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 남의 수면 시간에 맞추어 자고, 다른 사람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걷고, 가장 자유로워야 할 사랑과 증오에서도 남의 말에 따라야 하는 자들이다. 만약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 것인지 알고 싶다면, 내 인생에서 오롯이 내 것인 부분이 얼마나 적은지 살펴보면 될 일이다.
< 인내는 용기와 습관을 알려준다. >
어떤 종류의 삶을 선택하든 힘든 일을 가볍게 여기고 증오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즐거움과 여유, 그리고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고통은 시간으로 적응할 수 있다. >
자연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습관이라는 것을 체득하도록 만들어 혹여 엄청난 고통을 받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게 최고의 선물을 준 것이다. 만약 불행이 닥친 순간부터 계속 똑같은 강도로 우리를 괴롭힌다면 누구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 모든 것은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
현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과 소유물, 그리고 사회적 지위 뿐만 아니라 본인의 몸과 눈, 손, 그리고 스스로를 특별하게 만드는 모든 것, 그 자신까지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현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 생각하고 언제든 불만없이 내려놓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
언제라도 가진 것을 돌려달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현인은 운명에 맞서 반항하지 않고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릴 수 있게 해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엄청난 대가를 치루어야 했지만, 운명이 시키는 대로 기꺼이 포기하겠습니다. 이 또한 무한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약 그 중 하나를 계속 가지고 있으라고 명령하신다면 평생 소중히 돌보도록 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성스럽게 세공이 된 은 식기와 조각이 된 식기들, 그리고 집과 식솔들을 전부 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자연이 우리에게 주었던 능력을 다시 돌려달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처음보다 더 고양된 영혼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주저하지도 도망치지도 않겠습니다. 자연이 내게 주었던 모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돌려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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