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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청진, (천년동안 전해져 온 영원한 지혜) 중국의 지혜

<머리말>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당나라나 송나라가 아니며 진나라의 시황제나 한나라의 무제도 아니다. 역사는 강한 권력과 폭력도 아니며 음모와 속임수는 더더욱 아니다. <무릇 진정한 역사는 일종의 문화이며 진정한 지혜다.>  바로 이 문화와 지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이 역사를 장악할 수 있다.

   흔히 중국인은 타고난 정치가라고 한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인데 전통문화의 정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대 중국 사람들은 모두 지략가가 되었다. (중략)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설명해 주는 말이다.  중국인들은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궁리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아맞히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일뿐만 아니라 이것이 점차 처세의 방법과 인생관이 되어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게다가 이는 이미 단순한 술(術)을 넘어서 중국인들의 인생의 도(道)가 되었으며 중국인들의 처세 철학과 쉽게 변하지 않는 문화정신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지략의 뿌리는 문화'이며, '지혜는 일종의 문화의 표현방식'이다. 만약 지략이 단순한 수단이나 기술이라면, 누구든 제왕의 도를 따라 하기만 하면 금세 왕이 되고 황제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지략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며, 중국의 지혜는 깊은 뜻을 내포한 문화라 하겠다. 누구든 이러한 문화가 가슴 속 깊이 투영되어 있으면, 자연적으로 위대한 지략을 갖출 수 있으며 진정한 지략가가 될 수 있다.  (중략)  이렇게 보면 중국의 지혜는 단순히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인생의 경험을 통해 깨달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걸어 열심히 연마한다면 살아 있는 중국의 지혜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높은 인격은 물론 위대한 업적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 유가의 지혜 >

      "힘으로 사람을 굴복시키는 자는 마음으로 복종하게 하는 것이 아니니 힘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요, 덕으로 사람을 굴복시키는 자는 진심으로 기뻐 참으로 복종하게 하는 것이다" 유가의 지혜는 실로 참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유가의 지략은 모략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서 시작된다.

* 유가의 지혜란? --  <중국의 지략 역사에서 도가(道家)의 지략이 가장 지혜로운 한 페이지라고 한다면, 법가(法家)는 가장 독하고, 병가(兵家)는 제일 냉혹한 페이지다. 종횡가(縱橫家)는 뻔뻔하기 그지 없는 페이지다. 그 가운데 가장 심오하고 진정한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유가(儒家)다.>

*    사마천은 말한다. "예란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는 것이고, 법은 일이 일어난 후에 적용하는 것이다." 예의와 교화는 백성과 나라를 다스리는 가장 기본이고, 법률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만을 다스리는 치표(治表)와 근본을 다스리는 치본(治本)이다. 유가는 '치본'의, 법가는 '치표'의 대표 학파다.

**   유가는 법가나 병가처럼 강경한 방법이 아닌 지혜로 상대방을 굴복시킨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수양에 힘쓰게 하고 일종의 심미적인 태도로 이상적인 왕도를 실현하는데 헌신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에 유가의 지략을 대입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유가는 사람들에게 법률의 존엄과 권위를 선전하거나 억지로 이를 집행하지 않고, 대신 마음을 움직이는데 공을 들인다. 먼저 매혹적인 청사진을 보여주며 그들의 이상이 전해지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먼저 사람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유가의 가치 관념이 사람들의 정신에 자연스레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이다. 유가에서 주장하는 이상적인 왕도는 인정과 온정이 넘쳐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힘이 가장 크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상대방의 지략에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알지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다.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유가의 지략이 월등하거나 다른 학파보다 간교해서가 아니다. 유가의 지략이 인간성을 따르고 인간의 도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유가의 지략이 인간성과 인간의 도리에 들어맞는다는 것을 설명하며, 바로 이것이 유가의 지략이 합리적이고 참된 지혜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유가의 지략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방법은 바로 仁을 펼치는 인술(仁術)이다. 우리가 잘 아는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가 인술의 주요 내용이다. 인술의 핵심은 당연히 백성과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다.  유가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계층의 차별이 없고, 출신 성분에 따른 제한이 없으며,  권력의 간섭이 없는 세상, 다시말해 외부로부터의 모든 속박이 사라지고 오직 인간의 내면 세계만이 진실이 되며, 개인적인 수양에 힘쓰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다. 유가는 인간을 위한 무한하고 광활한 발전의 고안과 아름다운 비전을 이론적으로 확실히 제시했다. 바로 이 점이 유가의 지략이 가장 사랑받고 다른 학파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지혜로 자리매김 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