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서피랑에 가면 부산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매우 유사한 '돌아와요 충무항에'라는 시가 쓰여 있다.
영화 타이타닉보다 더 낭만적인 감성을 연출하도록 젊은이들의 감성을 노린 조형물.
바다에서 훌쩍 뛰어 산위로 올라 온 등대도 있다.
돌담의 자유분방한 듯한 쌓기와 목조건물 지붕의 질서 있는 기와가
묘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좌측이 서피랑에서 유명하다는 99계단으로 가는 길.
박경리선생의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벽화가 그려진 99계단.
통영의 근대사를 들여다 보고 싶으면 '김약국의 딸들'을 펼쳐 보아야 한다.
박경리선생은 '김약국의 딸들'에서 통영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막고 있기 때문에 현해탄의 거센 파도가 우회하므로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사면이 바다이다. 벼랑가에 얼마쯤 포전이 있고 언덕배기에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는 빈약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연 어업에, 혹은 어업과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면 통영은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통영 근처에서 포획하는 해산물이 그 수에 있어 많기도 하거니와 고래로 그 맛이 각별하다하여 외지 시장에서도 비싸게 호가되고 있으니 일찍부터 항구는 번영하였고, 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였다. "
책의 제목이기도 한 김약국을 이렇게 쓰고 있다.
"김약국은 -- 십 년 전부터 약국을 그만두고 어장을 경영하고 있었으나 이 고장 사람들은 여전히 성수영감을 김약국이라 불렀다. -- 송씨가 죽고 난 뒤 도깨비 집을 중수하여 그곳으로 옮겨 갔다. 그에게는 딸 다섯 형제가 있었다. 첫아들을 잃은 후 한실댁은 연달아 딸만 낳은 것이다. 큰딸 용숙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다. 그는 열아홉살이며, 그 다음은 용옥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다. 고모할머니 봉희가 살아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김영감의 딸들은 이렇게 적고 있다.
"한실댁은 그 많은 딸들을 하늘만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딸을 기를 때 큰딸 용숙은 샘이 많고 만사가 칠칠하여 대갓집 맏며느리가 될 거라고 했다. 둘째 딸 용빈은 영민하고 훤칠하여 뉘 집 자식과 바꿀까 보냐 싶었다. 셋째 딸 용란은 옷고름 한 짝 달아 입지 못하는 말괄량이지만 달나라 항아같이 어여쁘니 으레 남들이 다 시중 들 것이요, 남편 사랑을 독차지 하리라고 생각하였다. 넛째 딸 용옥은 딸 중에서 제일 인물이 떨어지지만 손끝이 야물고, 말이 적고 심정이 고와서 없는 살림이라도 알뜰히 꾸려나갈 것이니 걱정 없다고 했다. 막내둥이 용혜는 어리광꾼이요, 엄마 옆이 아니면 잠을 못 잔다. 그러나 연한 배 같이 상냥하고 귀염성스러워 어느 집 막내며느리가 되어 호강을 할 거라는 것이다."
통영에 간다면 박경리선생의 토지는 장편이라 읽기 어렵다면, '김약국의 딸들'은 반드시 읽고 가야 한다.
책에서 묘사하는 통영 근대사의 기록이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99계단 아래로 장미터널이 조성되어 있다.
서울에서 6월이면, 장미가 피기에는 다소 이른시기인데 여기선 활짝 피었다.
역시 남쪽지방은 따뜻하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의 뜨거운 해를 마주하고 선 비탈에 꽃들이 다투어 피어 있다.
날개를 활짝 편 나비가 함께 사진을 찍자며 기다리고 있다.
이제 99계단을 내려간다.
통영에 내려와 1주일 살아보니 깊게 공감하는 문구다.
'나 혼자, 가족끼리, 연인끼리
계단을 오르기 전 소원을 빌어보세요.'
나는 서피랑에서 거꾸로 내려왔으니 소원을 성취한 기쁨으로 즐겁게 내려왔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김약국의 딸들'에서 인용한 토영 설명이 있다.
(참고로 통영 토박이들은 통영이라 하지 않고 '토영'이라고 말한다.)
길바닥에도
도로 표지판에도 99계단이 적혀 있지만,
골목 입구는 매우 작아서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토영은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고, 역사가 배어 있는 평화롭고 정감이 가는 도시다.
토영에서 거제도로 건너가는 거제대교와 견내량은 볼 때마다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Photo > 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6월 22일 거제 유호전망대와 매미성 (1) | 2022.12.13 |
---|---|
2020년 6월 22일 거제 칠천도 (0) | 2022.12.13 |
2020년 6월 15일 통영 서호시장과 서피랑 (0) | 2022.12.12 |
2020년 6월 12일 가오치 여객선터미널 (0) | 2022.12.12 |
2020년 6월 11일 거제 가조도 노을이 물드는 언덕 (0) | 202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