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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3년 12월 13일 반가사유상의 미소

   아내와 국립박물관에 다녀왔다. 자꾸만 생각나는 '사유의 방'에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아내가 친구들과 했던 선약이 취소되었다기에 함께 가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1시간 10여분 걸려 도착했고, 바로 2층에 있는 '사유의 방'부터 찾았다. 

  두 번째 방문.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차분해 진다. 그리고 바라 본 반가사유상. 첫 번째 방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점이 보인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고, 특히 오른쪽 7세기 초의 반가사유상보다 좌측의 6세기 말 반가사유상이 더 나에게 다가왔는데 크기도 더 작았다. 하지만 여전히 좌측 반가사유상이 짓고 있는 미소는 나에게 위로를 준다.

  교만하지 않은 미소, 바라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주는 미소, 입꼬리가 살짝 올라 가는 긍정의 미소, 비웃는 미소가 아닌 품어주는 미소. 이 미소가 너무 좋아서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다운 받아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바라본다.

  반가사유상이 짓고 있는 미소가 보는 이에게 마음의 평안함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 미소를 보면서 나도 닮고 싶다며 미소를 따라서 짓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지고, 내 얼굴에 지어진 미소에 따라 눈빛도 푸근해짐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일자로 꽉 다문 입이 남성의 상징이라 생각해 온 나에게, 살짝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만들면서 나의 눈빛과 마음가짐과 말투, 그리고 행동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박물관의 모든 유물은 4개월 단위로 교체를 하면서 공기에 유출되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하는데, 만약 반가사유상은 교체 시기가 길다면 4개월 혹은 2개월마다 박물관 방문시에 친견하고 싶다. 보고 따라하면서 감동을 주고 평안을 주는 이 영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