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8일.
한반도를 용광로에 넣어 펄펄 끓게 하던 여름을 견디기 어려워
강원도 평창, 아내의 지인 아파트를 빌려 휴가를 다녀왔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이 강릉 솔향 수목원.
평창에도 갈 곳이 많을 텐데 왜 강릉까지 왔냐구요?
그 이유는.....
슬픈 사연이 있답니다.
평창에 도착해 짐을 풀고, 커피를 한잔 마시려고
전동 그라인더, 핸드드립 커피 세트 일체를 펼쳐놓고, 평창수를 끓이면서
그동안 아껴두었던 파나마 보케테 지역에서 생산된 '게샤'원두 통을 찾으니...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원두만 빼놓고 짐을 꾸렸던 것입니다.
당연히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고, 2차로 해결책을 찾은 것이 강릉 테라로사에 가서 원두를 구입하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강릉 테라로사 가는 길에 있다는 솔향수목원을 먼저 들렀다 가게 되었습니다.
2013년 10월 30일에 개장했다는 솔향수목원.
"강릉솔향수목원은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간직한 칠성산 자락, 강릉에서 경치 좋기로 이름난 용소골에 들어섰다.
훌륭한 산과 계곡이 있으니 수목원 터로 부족함이 없다. 78만 5,000㎡의 면적에 23개 테마로 꾸몄다.
비비추원, 수국원, 암석원, 약용식물원, 원추리원, 염료식물원, 창포원, 철쭉원 등을 따라 계절별로 변화하는 다양한 풍경을
관람할 수 있다.
그중 자생 수종인 금강송이 쭉쭉 뻗은 ‘천년숨결 치유의 길’이 수목원을 대표하는 산책 코스다." -솔향수목원홈피에서 펌-
더운 날씨에도 솔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빈 몸으로 신난 마님과 달리 나는....
평생 머슴은 어깨에 카메라 메고, 등에 물과 기타등등을 넣은 배낭을 메고
힘들어도 표정을 드러내면 안됩니다.
왜냐구요?
커피 원두를 집에 놓고 오는 실수를 했잖아요!!! ㅠㅠ..
"O Sole Mio"가 아니라
"이 머슴의 짐은 언제 내려놓을 수 있나요???"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보랏빛 고운 꽃이 눈길을 잡는다.
'그리도 힘드신다면 짐을 내려 놓으셔도 됩니다.
제 짐 즐거운 마음으로 지겠노라는 머슴들 아직 많아요!' 라며
냉정하게 쳐다보는 듯한 눈빛이 매서워, 나는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못했지요.ㅠㅠ)
나이들면서 점점 무서워지는 마눌님.
우거진 숲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솔향과 나무의 서늘한 기운이 에너지를 전해주는 듯 하다.
혼자 있으니 외롭지 않소?
부부는 함께 해서 부부라고 하는 거라고 합디다.
부부는... 나이들수록 서로 닮아가는 거래!
닮은 듯 다른 한가지. 발견하셨나요?
깍지 낀 손이 나는 왼손이 위로, 아내는 오른손이 위로...
뒤로 강릉 시가지와 동해가 보인다.
Leica Flash Test.
Leica는 플래시가 필요없는 카메라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요긴하게 쓰인다.
오후 햇살이 비껴드는 숲속에 선 금강소나무의 자태가 예술이다.
청정지역 강릉 칠성산 중턱에 나란히 선 부부 소나무(?)- 이건 개인생각임.
기품 있게 쭉 뻗은 두 그루의 소나무가
내게 부부학을 강의한다.
부부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지만, 조금은 서로 떨어져야 한다.
시시콜콜함을 감추려 하기 보다는 조금 떨어져 세세함을 보지 않으려는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짐이 되고, 기대기 보다는,
반듯하게 서서, 서로의 손을 잡아 주며,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cjc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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