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장마와 견디기 힘들게 하던 무더위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어느덧 쪽빛 하늘과 새털구름이 뭉게구름을 밀어내고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동녁에서 여명이 찾아오고, 밝아지는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높게 걸려 있다.
무더운 여름날의 뭉게구름을 새털구름이 대신하자,
이른 아침 창 밖에서 목이 쉬어라 울던 매미소리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귀뚜라미 소리가 등장했다.
2022년 들어서 얼마만에 보는 푸른 하늘인가?
새털구름 아래 펼쳐진 구름대가 착시현상을 주어서
만년설이 덮힌 고산이 늘어선듯 하여 마치 '이곳이 히말라야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따스한 아침햇살이 펼쳐진다.
앞집 울타리에 핀 천일홍이 서로 발돋움을 하며 햇살을 먼저 차지하려 다투는 듯 하다.
내가 머무는 집에도 아침햇살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고 나간 내 인기척에 잠이 깬 아내가 내려왔다.
아침에도, 한낮에도, 그리고 저녁에도
모두 잠든 깊은 밤처럼 조용한 동네가 여기다.
우리 바로 앞집인 기와집은 동네의 랜드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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