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30분에 잠이 깼다. 창 밖이 훤하다. 복도로 나가 거제대교를 바라보니 해가 떠오르고 있다. 서둘러 후드티를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나의 뷰포인트로 가 서니, 불끈 기운찬 아침해가 솟아오르며 항구에 금빛을 선사한다. 부지런한 항구 사람들의 일상이 시작된다. 밤새 작업을 마치고 귀항하는 배, 아침 그물을 올리려 출항하는 배들이 거제대교 아래 금빛바다를 교차한다. 넋을 잃고 떠나간 님을 기다리듯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방으로 올라온다. 아내는 어제 5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통영에 도착하고, 아파트 청소와 생활용품 정리로 피곤했던지 아직까지 자고 있다. 잠을 깰까 조심하며 차를 우려내 마신다. 아침에 마시는 차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잠에서 덜 깬 머리도 맑게 해준다. 차를 마시며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창 밖으로 들리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바다를 달리는 어선들의 힘찬 엔진소리가 내 심장을 박동치게 한다. 아침의 작은 포구에서 들리는 소리는 장엄한 교향곡이 아니다. 실내 5중주랄까 자유스런 재즈음악과 같다. 독주하는 소리가 없다. 한 소리에 이어 다른 소리가 섞여 들리며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그 하모니가 듣는 이에게 평화를 떠올리게 한다. 통영 용남면 장평리 작은 포구에서 차를 마시며 나는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은 통영에 내려온 첫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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