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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6월 8일 아내로부터의 독립

  아내가 떠났다. 아침 6시 10분 버스를 타고 통영터미널에서 서울로 떠나갔다. 목요일에 나와 함께 내려와 집 잔금을 치루고, 짐 정리를 하고, 부족한 살림살이를 다이소와 이마트에 가서 구입했다. 9평짜리 원룸에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고 나니 제법 사람냄새가 난다. 신혼살림을 차리듯 그렇게 나는 통영에서의 1년살기를 시작했다. 목요일에 살림정리를 끝내고 금요일부터 토요일, 일요일에는 여행을 다녔다. 아내와 함께 있는 동안 밥도 한번 해서 먹었고, 빨래도 한차례 세탁기를 돌렸다. 가능하면 아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아내가 서울로 떠난 후에도 나 혼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내가 직접 하려고 했다. 어떤 일이든 첫 발을 떼기가 어렵지 일단 발을 떼고 나면 관성으로 움직이게 된다. 5시에 일어나 서울 올라가려고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정말로 혼자 살 수 있을까? 먹고, 자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아내의 빈자리는 클 것이고 아내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침대 한켠은 무척 차가울 것이다. 5시 30분에 버스터미널로 출발. 45분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 주차장에 주차해야 하는데, 주차장 입구를 지나쳤다. 한바퀴 돌아야한다. 아내는 빨리 가고 싶었는지 옆에서 잔소리를 한다. '알아, 나도 안다구, 단지 당신과 함께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을뿐이라고...냉정한 사람!!!!' 6시에 버스를 타고 6번 좌석에 앉은 아내에게 서울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손짓으로 사인을 보냈다. 6시 10분. 정확하게 버스는 출발한다. 아내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나는, 내 자신에게도 인생 전반기는 Bye Bye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아내로부터의 독립!>  쉬운 말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아내는 수긍을 해 주었고, 나는 실천에 옮겼다. 아파트로 돌아와 느슨해지려는 마음부터 다잡는다. 이제 시작인데 풀어지면 안된다. 도를 닦듯이 마음을 닦아보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요가부터 한다. 그리고 물을 끓여 허브차를 우려낸다. 따뜻한 페퍼민트 차로 몸을 데우고 요가를 마무리한다. 아내를 터미널에 데려다 주고 오면서 청명한 날씨를 보니 오늘은 거제도 일주를 해 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가를 끝내고 음악을 켜니 집안 일부터 정리하고 움직이자는 생각이 먼저다. 빨래감을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며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아직은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한다. 아직은 루틴한 생활에 무력감을 느끼지도 못한다. 혼자서 하는 모든 일에 익숙해져야 하고, 혼자서 할 줄 알아야 한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둘이면 외롭지 않고, 둘이면 서로 의지하고, 둘이면 실수도 줄일 수 있겠지만 혼자서 해보자. 63년전 홀로 어머니로부터 떨어져 나왔듯, 이제 아내로부터 떨어져 나와 보자. 혼자라는 것은 외롭거나 슬픈 의미의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정신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말이지 않을까? 오늘부터 나는 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