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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6월 14일 밤보다 더 짙은 어둠속의 드라이브

  어제 밤 12시30분에 잠이 깨었다. 드라마를 보며 맥주 한캔을 마시고는 9시경 잠에 들었는데 깨어보니 한밤중.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불현듯 비가 오는 밤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주 남해에 다녀오며 차에 생긴 얼룩도 빗물에 지울겸 지하 주차장에 내려간다. 비는 오고 밤바다는 조용하다 못해 검은 흑연이다. 차를 몰고 신촌어천마을로 내려온다. 매일 저녁에 걷는 익숙한 길이건만 비가 오는 칠흙같이 어두운 길엔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바로 앞만 분간할 수 있다. 바다쪽으로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시야엔 모두 검은 바다. 착각을 해 바다를 도로라 생각해 핸들을 조금이라도 바다쪽으로 튼다면 그대로 다이빙 할 상황. 한밤중에 바다에 빠진 차를 누가 구해 줄 것인가? 그래도 해간도 앞까지 시속 20Km로 전진한다. 내리던 비도 부슬비로 바뀐다. 한밤중에 게다가 비가 내리는 해안도로를 달릴 생각을 하다니... 이건 미친 짓이다. 하지만 나름 재미도 있다. 스릴이랄까? 해간도에서 올때는 해안도로를 벗어나 바깥길로 접어들었다. 펜션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안도감을 준다. 구거제대교에서 좌회전하여 아파트로 무사 귀가. 한번 경험해 보았으니 두번 할 일은 아니다. 비오는 밤바다 해안도로를 달려봤다는 경험 하나로 충분. 나름 목적했던 일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무사하게,  안전하게 귀가했다는 점이 중요치 않은가? 이젠 이런 미친 짓은 하지 말자.

  화창한 날의 깔끔한 컬러색도 좋지만 비 오는 바다의 흑백도 너무 좋다. 하늘을 가득 메운 시커먼 구름과 멀리 보이는 짙은 회색의 섬. 그리고 나와 섬 사이를 채운 옅은 회색의 비. 농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가 흑백이다. 컬러는 흥분하게 하지만 흑백은 차분하게 해준다. 동양화의 산수화에서 고요함을 찾듯 비오는 바다에서 나는 명상을 한다. 지나온 내 과거를 회상한다. 잘못했던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끊어져 이어질 것 같지 않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부끄러운 내 과거의 삶. 나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마음을 상했을 사람들에게 용서를 빈다. 비가 오는 바다에서 나는 과거의 잘못을 세세히 들추어내며 용서를 빌고 참회를 한다. 이 지울 수 없는 죄를 속죄받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잘못을 하지 않아야, 아니 나로 인해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한다. 비 내리는 바다는 고해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