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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2020년 6월 15일 통영 나들이 첫 번째

  오늘은 아침에 첫 일로 빨래부터 했다. 1주일 모아놓은 빨랫감을 해결하기에 좋은 날씨. 많지 않은 빨래지만 수북하게 쌓여있는 빨래를 보면 게으른 내 일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1시간 20분. 세탁기가 해주는 빨래를 미뤄햐 할 이유는 딱 하나. 1회에 돌릴 빨랫감을 모아서 세탁기에 돌려야 절약이 되기 때문. 하지만 이런 핑계로 게을러지는 내 자신이 되지 않도록 단도리를 하려고 한다. 60여년 살면서 핑게거리 만들고 귀찮다며 미루고 살아왔던 나를 부지런하게 바꾸려고 한다. 몸을 편하게 할수록 게을러지고 병을 쌓아가는 길임을 알기에 죽으면 썩어질 육체를 아껴 병으로 고생하느니 고단하더라도 몸을 움직이려고 한다. 내가 움직이면 아내가 편하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들으니 일거양득이지 않은가? 늦었지만 퇴직후에 깨달은 삶의 묘수다. 

  버스를 타고 통영시내로 나간다. 100번 버스를 충렬여고 앞 정거장에서 탄다. 아파트에서 걸어서 2분. 버스비는 교통카드로 탈 수 있다. 전국이 사용가능. IT 강국, 코리아 파이팅이다.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나가보는 통영시내.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서 관광모드로 들어간다. 버스는 용남면사무소를 지나고, 미늘고개에 있는 다이소도 지나고, 롯데시네마도 지난다. 중앙시장을 지나 서호시장에서 내린다. 아파트에서 25분 소요. 통영시는 왠만한 곳은 차로 10여분, 버스를 타도 30분이내로 도착한다. 작은 시이기도 하지만 교통정체가 없어 그런 것 같다. 이렇게 교통정체 없이 달리다, 서울에 가 막히는 도로에 갇히면 너무 답답하다. 심하게 비약하자면 '폐쇄공포증'을 느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서호시장에서 내려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훈이네시락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시내거리를 돌아 볼 계획. 그런데 월요일이어선가 문을 닫았다. 이크... 그럼 새로운 음식점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시장통을 기웃거리며 걷다보니 '우짜집'이 눈에 띈다. '우짜?' 들어가 보니 통영에서 나름 유명한 집인가 보다 여러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력이 상장처럼 벽에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주인에게 '여긴 뭐가 제일 맛있어요?'하니, '면을 좋아하세요, 밥을 좋아하세요?' 한다. 나는 당연히 '면이요'하니 '그럼 우짜를 드셔보이소.'한다. '우짜?' 음식이 나와서 보니 바로 이해가 된다. 우동에 짜장소스를 얹은 것이다. 짬짜면은 먹어왔지만, 이건???? 짬짜면처럼 그릇이 반으로 나뉘어져 한쪽에 짬뽕, 다른 한쪽에 짜장면이 담긴 것이 아니다. 한그릇에 우동을 담고 소를 얹듯 짜장을 담는 것이다. '히야 신기하네.. 어떤 맛일까?' 약간 새콤하면서 짜장소스가 우동과 나름 밸런스를 이룬다. 하지만 한번 먹어보면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 이를 '우짜노?' '우짜'야.  

  식사를 하고 시장통을 지나 세병관으로 향한다. 사실 박경리 문학거리, 윤이상 학교 가는 길, 청마거리를 다녀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도를 꺼내기 귀찮고 작은도시니 걷다보면 만나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삼도수군통제영까지 와 버렸다. 왔으면 들어가보자는 생각에 입구까지 올라가니, 입장료가 3천원. 4,500원짜리 아침을 먹고 3천원을 입장료로 내자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세병관은 연전에 왔을때 들어와 보았기에 결정을 했다. '패스....' 삼도통제영' 입구로 내려와 오른편 언덕을 보니 뭐가 있을 것같다. 곧 이어 박경리문화골목 표지가 눈에 띈다. 가다보니 서피랑 골목벽화가 보이기에 들어섰다. 1960년대 어릴적 살던 신당동 골목을 연상시킨다. 성인 두 사람이 마주치면 서로 어깨를 비켜야 지날 수 있는 정감가는 골목. 올라가다 보니 차가 다니는 큰 도로가 나온다. '어디로 가야하지?' 마침 앞에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서피랑이 어디로 가면 되요?" 하니 ''도로를 타고 한바퀴 도시면 다 서피랑이에요.'한다. 동피랑의 벽화마을을 생각해서인지 서피랑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보자 하고 조금 걸으니 서포루로 올라가는 공원이 나온다.

  통영 강구안을 오롯이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있다. 서피랑의 정점, 서포루에 오르니 감탄이 나온다. 더운 날이었는데, 서포루로 들어가 앉으니,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눈 앞에는 한산도 앞바다가 펼쳐진다. 강원도 산 정상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너른 바다를 건너 보이는 섬들과 산들이 중첩되어 이어지는 모습과는 같은 듯 다른 풍경이다. 서포루에 앉으면 삼품이 있다. 일품은 눈 앞에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이요, 이품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새소리요. 삼품은 눈을 감고 앉아 명상에 빠져 시간을 잊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혼을 뺏는 풍경과 서포루의 삼품에 빠져 넋을 놓고 1시간을 앉아 있었다. 문제는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 최대 단점. 나이 먹으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더 있고 싶은 서포루에서 일어나 내려가기로 한다. 99계단 표지가 보인다. 여기가 박경리벽화골목. 볼품 없는 언덕 계단을 스토리를 만들어 잘 꾸며놓았다. "자연은 인성을 풍요롭게 하고 감성을 길러주는 교사다"라고 벽에 적힌 글이 내 눈만이 아니라 가슴과 머리까지 잡아당긴다. 통영에 내려온 지 2주일이지만, 내 얼굴이 많이 편안해 졌다고 아내가 말했다. 

  아침에 들리는 파도소리와 새소리. 저녁산책 길에 보이는 환상적인 노을. 동서남북 어디를 봐도 눈을 편하게 하는 푸른 숲과 바다는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그래서 '자연은 인성을 풍요롭게 하고 감성을 길러주는 훌륭한 교사다'라는 글에 적극 공감했다. 여기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내려와 보니 길건너 '윤이상 학교 가는 길'이 보인다. 여긴 그저 작은 골목길. 어떤 집의 벽에 그려진 그림과 글이 눈길을 잡는다. "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 / 가끔 파도가 칠 때도, 그 파도소리는 내게, 음악으로 들렸고, / 그 잔잔한 풀을 스쳐가는, 초목의 바람도 내게, 음악으로 들렸습니다." 다시 서호시장으로 가서 수제어묵과 방울토마토를 사서 배낭에 넣고 집으로 간다. 비록 어묵 4천원, 토마토 5천원이지만 집에 가서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것이 행복. 소확행이다. 100번 버스를 기다리다, 113번 버스가 먼저 와서  113번 버스를 타고 충렬여고 앞에서 내린다. 거제대교쪽을 보니 가을하늘처럼 파란 하늘과 바다가 '통영 어때?  좋지? 잘 내려왔어!'라고 말 하는 듯하다. 다시한번 이런 결정을 하도록 적극 지원해 준 아내가 고맙다. "여보 고마워, 사랑해, 앞으로 더 잘 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