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는 것도 좋다. 의식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나른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Spanish Guitar 연주를 들으며 서서히 의식을 찾아가고, 몸에서 일어나자는 사인이 들어오면,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내려 빗소리를 들으며 한잔 마시는 행복함이 너무 좋다. 기상예보로는 거제, 통영 지역에 폭우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조금 열어 놓은 에어컨 실외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와 찬 기운 또한 뜨거운 커피로 데워지는 몸을 식혀주기에 이 또한 너무 좋다. 통영에 내려오니 좋은 것이 내 주위에 널려 있다. 맑은 날은 새벽 4시경 들려오는 어선의 기운찬 엔진소리가 듣기 좋다. 매일 미세먼지 걱정 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활동하고, 밤에 잘때도 창을 열고 시원한 공기를 코로 마시며 잠에 들어도 된다는 점이 너무 좋다. 너무 좋은 점이 사방에 널려 있는데 왜 서울생활만 고집할까? 아내도 통영에 내려 갔다 서울로 돌아가면 답답한 공기 하나만으로도 통영에 다시 가고 싶어진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바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사는 바보들. 서울에 살며 누리는 도시의 혜택과 지방에 살며 누리는 자연의 혜택은 어떤 것이 더 가치 있을까? 여기 내려온 지 1달이 넘었다. 서서히 이곳 생활에 적응을 하면서 이토록 좋은 환경을 왜 몰랐을까?하는 후회와 수도권을 떠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져 간다. 나는 이곳 생활이 너무 좋다. 비오는 아침,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크게 틀어놓고 혼자 듣는 것도 좋다. 혼자서 하는 활동, 혼자 사는 생활, 혼자 식사 준비를 하고 혼자 상을 차려 혼자 밥을 먹는 것 또한 좋다. 왜 혼자가 외로운 가? 혼자서 하는 행위는 완결이다. 다투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독단이 아니라, 무결점 즉 완결이다. 어떤 일을 하건, 어떤 결정을 내리건,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자유로운 행위가 나를 가볍게 하고 만족함을 준다.
아직은 사방에 둘러 쳐진 벽을 완전히 허물지는 못한 상태지만, 때가 되면 무너진 벽을 넘어 걸어 나가 보려 한다. 60년 넘는 세월을 벽이 세워진 틀 안에 갇혀 살았던 의식이 남아 있어, 벽이 사라졌어도 성큼 걸어 나갈 수가 없다. 아직 무너진 벽을 바라보며 그 안에 있어야만 한다는 내 도덕관과 가치관이 나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사라진 벽 너머에 존재했던 세상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을 오감으로 느낀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거칠 것 없는 나의 행동이 내면에서 이끄는대로 하고 싶다. 자유로운 일상.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억누르지 않고 물 흐르듯 내맡기고 싶다. 그리스인 죠르바가 되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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