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거제해수온천에 다녀왔다. 그제부터 밤 기온이 차가울 정도로 뚝 떨어졌다. 어제 밤엔 겨울이불을 덮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도 찌뿌둥하다. 1시간 요가로 몸을 데우고 샤워를 해도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치지 않았다. 이틀간 맑은 하늘을 보며 이제 낮이 되면 서서히 기온이 올라갈테니 참자.하고 버텼는데 오늘 아침은 흐리다. 일기예보를 보니 앞으로 3-4일간 흐린 날씨. 아침 7시에 거제대교를 건넌다. 코로나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외지인들이 오지 않는 평일이고, 해수온천에 들어가려면 체온체크와 방문객 서명 등 대책이 철저해 보여 믿어 보려고 한다. 아침 7시 20분이면 첫손님들이 마무리를 하고 나가는 시간이다. 시니어들이 올 시간은 8시 30분이 넘어야 오기 시작한다. 그럼 1시간여 내겐 온천욕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어흐 좋다!'란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뻔 했다. 몸이 더워 지고 땀이 흐르기 시작하자 나른해지는데 머리는 맑아진다. 열탕으로 옮겨 100까지 세다 나와 안락의자에 누웠다. 나른해지는 몸이 기분을 좋게 한다. 때론 긴장감을 떨구고 이완된 상태를 유지해 보는 것도 피로회복엔 좋다. 일요일 저녁에 통영대교 야경을 찍으러 갔다가 서피랑 언덕까지 올라 갔다 내려와 버스를 타고 귀가할 때 더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피곤이 가시지 않았었다. 월요일엔 해간도와 견내량 해안도로를 1만보 걸었다. 잠깐 사이에 차가워진 공기가 반바지와 반팔 입고 걷는 내 근육을 긴장시킨다.
1시간 20분 정도 온천욕을 하고 나오면 몸이 가볍다. 과장하자면 깃털 같은 몸을 느낀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체중을 재본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62.7Kg. 근래 15년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목욕을 하고 나와서 잰다는 것을 감안해도 놀랄 일이다. 건강검진에서 적정체중을 62Kg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했지만 당시 68Kg을 넘나들었기에, 넘사벽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40대가 넘으면서 20여년간 65Kg아래로 내려가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그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물론 목욕 후 기록이긴 하지만 기적의 스코어다. 2020년 들어 퇴직하고 나서 1일 2식을 하면서 체중이 줄기 시작했고, 통영에 내려와 살면서 매일 저녁 해안도로를 걷고, 2식을 하면서 서서히 체중이 감소했다. 체중이 감소하니 몸도 가볍고 머리도 맑다. 오늘 해수온천에 다녀오며, 내 역사적 이벤트가 기록되었다. 8개월여 1일 2식을 유지한 결과다. 조금 더 노력해서 평상시의 체중을 62Kg으로 만들어보자! 오늘은 참 기분좋은 날이다.
귀가해서 커피 한잔 내려 마시며 오늘은 겨울준비를 하자고 생각한다. 통영에서는 센스맘 매트리스만 깔고 잤는데 냉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INTEX Air Matress를 다시 꺼냈다. 그 위에 센스맘 매트리스를 올리고, 겨울요와 이불을 폈다. 보는 것 만으로도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다음에는 옷장을 채우고 있던 여름옷을 꺼내 박스에 넣었다. 넣으면서 보니 한번도 입지 않았던 옷도 있다. 너무 욕심을 부려 옷을 많이 가지고 내려왔다. 상의와 바지를 박스에 넣고 나니 옷장이 널널하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서울집 옷장에 있는 내 겨울옷을 챙겨서 보내달라고 했다. 저녁에 해안도로를 걸을 때 입을 긴바지 추리닝과 긴팔도 보내달라고 했다. 이번 추석엔 집에 가지 않기로 했으니 가을날씨를 적응하려면 긴바지와 긴팔 상의가 꼭 필요하다. 10월 19일 서울에 올라갈 때까지 버티려 했건만, 추워지는 날씨를 고집으로 버틴다는 것은 바보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월요일 저녁에 절감했었다. 아무리 빨리 걸으며 몸을 덥히려 해도 차가워진 날씨에 굳어지는 몸은 'Hypothermia'를 걱정하는 뇌를 이길 수 없었다.
9월 22일. 바다에는 서서히 하얀 부표가 뜨기 시작했다. 바다목장이 차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배가 다니는 곳을 제외하고는 줄을 맞추어 빼곡하게 하얀 부표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여름은 지나간 것이다. 음력 8월 초승달이 뜨면서 바다엔 겨울농사를 위해 바다목장에 씨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얗게 뿌려진 부표 아래엔 차가운 겨울바닷물이 통통한 굴을 자라게 할 것이다. 나는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데, 시니어의 삶을 알차게 준비하고 있나? 퇴직 후 겨우살이를 어떻게 준비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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