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한해 농사를 지어 첫 수확물을 조상들과 신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날. 2020년 중추절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30여년 전만 해도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이고, 일가친척들과 만나 그동안의 안위를 묻고 혈족으로서 하나됨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고대로 올라가 Festival의 의미도 모든 부족민이 특정일, 특히 추수 후 1년 농사의 풍요를 이웃들과 나누며 결속을 다지는 행사였다. 오늘날 농경사회와 씨족사회는 사라졌고 산업사회, IT 산업사회로 바뀌며 개인주의, 가족중심사회로 되었다. 일가친척이 모이는 경우는 년중 행사. 명절때가 아니라 평생 2번 정도? 결혼과 장례를 치를 때이지 아닐까?
나도 올해 추석은 통영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60평생 처음으로 명절을 홀로 보내고 있지만, 결코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머니와 아내, 딸에게 아주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혹여 아빠의, 아들의, 남편의 이기심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본다.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지내는 명절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초를 다투듯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거머 쥔 손을 펴고 머리속에 가득찬 생각들을 비워 낼 시간이 필요하다. 휴가와는 또 다른 의미의 명절이 주는 여유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형식에 머물고 있는 명절의 재해석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2020년 추석을 홀로, 조용히, 명상하며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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