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는다는 것'과 '눈을 뜬다는 것'은 무엇일까? 눈을 뜬다는 것, 눈을 뜨고 내 망막에 맺힌 상을 본다는 것은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나의 내면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은 어둠과 두려움이 아니다. 나의 내면세계는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인다.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리고, 힘을 뺀 상태에서 팔을 좌우 15도 각도로 벌려 내려뜨리고 가만히 눈을 감아 보면, 살그머니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 발을 들고 서 보면 알지 못했던 다리의 근육이 느껴지고, 숨의 들고 남이 느껴진다. 몸통을 비틀면 옆구리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내 몸 바깥세계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익숙하다. 눈을 통해 들오는 정보를 처리하기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내 몸 안의 변화, 내면세계의 변화를 파악하려는 정보처리는 뒷전으로 밀린다. 늘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바깥세계로 향하는 문을 닫아야, 내면세계로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망막의 어둠 속에서 가상의 상이 맺히고, 눈을 뜸으로서 처리되는 정보 보다 더 방대하고 빛보다 빠른 가상세계가 펼쳐지는 환상을 보게 되고, 귀로 들리는 내면의 소리 또한 매우 섬세하게 들려온다. 몸을 통해 느끼는 오감체험은 새로운 세상이다.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축복은 아닐지라도 나를 알아가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펴보는 귀중한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창 밖을 보면 앞 마당에 핀 프렌치 메리골드의 화려함이 예쁘다는 생각은 들겠지만, 눈을 감으면 들리는 아침을 맞이하는 새들 노랫소리, 코로 스치는 아침 이슬을 머금은 풀향의 싱그러움, 몸으로 느껴지는 상큼한 아침공기도 감지할 수 있을까?... 이동에 불편함이 없다면 눈을 뜨는 것보다는 눈을 감고 나 자신과 자연을 일치시키는, 우주의 기운과 내 기운을 섞는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 더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는 눈을 감아야 보인다. 눈을 감으면 눈을 떳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눈 뜬 장님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나를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내가 누구냐? 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 며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며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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