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피에르 아술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

* 추천의 글 -    사회제도의 틀과 경계가 덧없고 무모한 것이라는 점을 깊이 이해했다.

  * 독일과 이탈리아 사진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사진가로서 세계 사진계의 전면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파시스트 정권, 나치 정권에 협조하고 후원을 받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방대한 사진 탐사에 나섰던 사진가들은 그늘에 묻혔다. 아무튼 불과 얼마 전부터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다.                 

*   사랑처럼, 예술도 이념과 국경, 민족과 계급을 초월한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승자의 편에서나 통하는 듣기 좋은 말이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지금도 편견을 털어내기는 커녕 역사를 승자와 패자의 단순한 구도로 해석하고 기록하려고 한다. 

*   사진은 제 아무리 깊이를 추구해봐야 어차피 겉모습 밖에 보여줄 수 없다. 그러니 사진으로 내면을 폭로하려면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선 밖에 달리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카르티에 브레송은 어떤 인물을 촬영할 때 그럴듯한 포즈를 요구하지 않았다. 대중이 기대하는 이미지에 꿰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기발하고 엉뚱하게 '튀는' 괴짜의 모습을 찾지 않았다. 평범한 것 속에 무한하게 숨은 수수께끼를 들여다 보려고 했다. 이런 사진들을 모델이 된 당사자들이 좋아했을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대중은 결국 자신들이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며 거장의 시선을 반겼다.

*    카르티에 브레송의 '그림 같은 사진'의 고고한 높이는 어디서 나왔을까?그가 엄격하게 접안구를 들여다보고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둘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항상 틀 밖에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것을 단김에 정확히 파악하려고 했기 때문에 항상 틀을 벗어나 그 밖에서 한발 물러나 대기했다. 이렇게 물러나 있었기에 그 틀 안에서 벌어진 모든 사태를 냉정하게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    현대과학은 예술의 매혹을 시기하고 넘보면서 사진가에게 마술사 같은 역할을 맡겼다. 초혼(招魂)의 능력이다. 먼 옛날부터 무당이 죽은 사람을 불러내던 신비한 능력이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공포를 딛고서 우리 눈 앞에서 과거를 보여주는 힘이다. 당치 않은 시간이다. 한번 지나가면 두번 다시 되풀이할 수 없는 순간을 살려 내 눈 앞에 보여주는 힘이다

*    현실을 고스란히 실감있게 재현하면서도, 있는 그대로라기 보다는 꿈같은 모습으로 보여 주려는 욕망이다. 모든 예술가의 궁극적 목표와 이상향이다. 모순 속에서만 실재하는 이미지를 그리워하는 꿈이다.    

분명 한 장의 사진은 과거라는 죽은 시간을 우리 앞에 되살려내는 이상한 마술이다. 그래서 사진가는 눈앞의 현장에서 사건을 저지르는 '현행범'이라는 별명으로도 통한다. 

*   도구를 찾아 나선 예술가 1932 - 1935 ***********************************

*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림을 버리고 사진을 택하는 시점에서 통과의례와도 같은 구축(驅逐)행위를 벌였다. 이전에 그린 그림들을 거의 대부분 파괴해 버린 것이다. 마치 이전에 했던 활동의 흔적을 없애버림으로써  새로운 활동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말이다. 이같은 낭만주의적 제스처는 카르티에 브레송이 오래전에 읽었던 <파리의 노트르담> 중 "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란 제목의 장에서 읽었던 내용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했던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 대목에서, 새로운 표현 수단이 자리를 잡으려면 기필코 이전 것의 자리를 탈취해야 한다는 오랜 신화를 들려준다. 마찬가지로 현재 사람들이 영화가 사진을 죽인다고 말하듯이, 당시에는 사진이 회화를 죽인다고들 했다. 그 당시 그림에서 사진으로 방향을 바꾼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우선 다게르 사진술을 발명한 다게르 Louis Dauerre부터 그랬다. 사진의 개척자 중 상당수도 처음엔 화가였다. 

*    휴대용 카메라는 사진작가에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줌으로써, 예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장소에 가서 좀처럼 찍기 힘든 사진도 찍게 해 주었다. 자그만 장난감 크기의 휴대용 카메라는 소리 소문 없이 우리의 세계관을 바꾸어 버렸다.  이처럼 조작이 간편한 카메라 중에서 불과 얼마 전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 있었다. 바로 라이카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1932년 마르세유에서 라이카를 산 즉시로 사진 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