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 빛과 제스처 그리고 제스처와 색을 임의로 분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들을 분리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만 이들은 사실 전부 뒤얽혀 있다. 빛이 / 제스처가 / 색이 / 있다.
사진작가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에 대한 엄격한 자기 비판이다. 당신의 작품에 대해 자기 비판적이며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작품을 봤을 때, 그 이미지를 보이는 그대로 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셔터를 눌렀던 배경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보려고 노력해 보라.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신 앞에 펼쳐진 세상을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초조한 마음으로 빛과 제스처, 색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모든 감각을 열어 그들을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나쁜 빛이라는 것은 없다. 웅장한 빛과 다소 사진에 담아내기 어려운 빛이 있을 뿐이다. 당신이 가진 빛을 어떻게 이용할 지는 당신 손에 달렸다. 빛에 대한 불평은 이제 그만하자.
나를 감동시키는 빛을 봤는데 그게 어떤 빛인지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때, 나는 그 빛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꼼짝않고 그 자리를 지킨다.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떻게 생겨나는가? 빛에 관해 이런 호기심이 생긴다면 당신은 이미 자기 학습에 입문한 것이다.
* 제스처 - 도대체 제스처란 뭘까? 사전에서 말하는 제스처란 '우리가 사진으로 찍는 거의 모든 대상의 가장 중심에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제스처는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것들의 본질 역시 드러낸다. 예를 들면 인간, 미생물, 동물, 벽돌과 돌, 철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찍는 모든 것에서 '그것'을 찾아내고 싶어하며, 그 대상에 대해 우리가 다다를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닿고 싶어한다. 나는 그것을 제스처라 부르지만, 당신은 그 단어가 무엇이 됐든 당신이 보는 모든 대상의 중심에 있고 그 정체성을 포함하고 있다면 원하는 무엇으로든 불러도 좋다. 단, "나는 보라고 했지, 찍으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것을 의식하다 보면 '보는 것'이 '들여다 보는 것'으로 발전하고 결국 당신의 사진이 깊이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곧 더 이상 얄팍하지 않은 디테일과 의미 그리고 당신의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주는 영향력까지도 보고,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의 촉촉함과 반영됨, 그리고 그 역동성과 아기의 보드라움, 거칠고 나이 든 노인의 얼굴, 산 능선의 경계가 모호해진 공기 원근법까지도 말이다.
보여주고 싶은 제스처를 선택하라. 제스처는 당신 주변의 세상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해 줄 것이고, 당신의 생각과 시야를 넓혀주며 모든 것에 열려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만약 당신도 이렇게 황홀한 빛, 제스처, 색을 보고 느끼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서 혼자 미소짓거나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면 이는 당신만의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색 - 색은 다른 색과 관계를 형성하는 그 지점에서 재미가 시작된다. 인상파 예술가들은 '가산혼합법'에 가히 천재적이었다. 그들이 노란색을 파란색과 섞어서 칠하자 맑은 초록색이 나타났다. 반면 우리는 색의 정반대 측면에 관심을 가졌다. 인상파 화가들이 가산혼합법에 빠져 있는 동안, 우리는 '감색혼합법'을 생각해야 했다.
예를 들어 뉴트럴 그레이에서 더 따뜻한 색감을 내고 싶을 때는 쿨 그린을 옆에 둔다. 또 시원한 느낌의 갈색을 만들고 싶다면 따뜻한 빨간 색과 나란히 두면 된다. 이처럼 매번, 두 번째 색이 첫 번째 색을 바꾼다.
색은 고혹적이다. 다른 어떤 색과 만나는 지에 따라, 빛이 그 위로 쏟아지는 지에 따라, 그리고 단면이 넓어짐에 따라 색은 변화한다. '색'은 '색들'과는 전혀 다르다. 많은 색이 들어 있는 사진 속에서 '색들'은 다른 색들과 어우러지기보다 오히려 경쟁하듯 제각기 튀어 보인다. 이것이 '색들'이다. 반면 제한된 색들로 작업해야 할 때, 그들은 서로 상호작용하기 위한 힘을 발휘한다. 이게 바로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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