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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2020년

2020년 8월 21일 소매물도

소매물도에 3번째 다녀왔다.

첫번째는 2007년 10월 23일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혼자 다녀왔고,

두번째는 2010년 5월 16일 혼자 소매물도에 다녀왔다며 3년간 들볶던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러 2020년 8월 21일.

'아빠! 나는 소매물도 언제 데려갈거야?'라던 딸과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아침 6시 50분에 출항하는 첫배를 타고 소매물도에 간다.

퇴직하고 6월부터 통영 견내량 바닷가에 내려와 있는 아빠를 만날겸

여름휴가를 조정한 딸이 어제 아내와 함께 내려왔다.

함께 갈 곳은 많은데 딸의 짧은 휴가기간에 맞추어야 하니 아침일찍부터 서두른다.

아침햇살이 스며드는 통영항. 10년전 아내와 함께 갈때는 보이지 않던 윤이상 국제음악당이 우측에 보인다.

미륵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아직 운행시간이 되지 않아 멈춰 서 있다.

통영에 가면 연필등대가 있다.

박경리 선생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통영에서 배출되었음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1시간 40여분 파도를 가르니, 소매물도 앞 오륙도가 보인다.

오륙도는 부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매물도 포구 앞에도 오륙도가 있어, 보는 위치에 따라서 5개 혹은 6개의 바위가 보인다.

8시 39분 소매물도에 도착했다.

코로나 덕인지 모자 쓰고 마스크에 선글래스 까지... 누군지 모르겠다.(?)

누가 딸이고 누가 엄마인가?

10년전에는 없던 등대섬으로 가는 이정표도 설치해 놓았다.

10년전인 2010년보다 소매물도를 조망할 수 있는 망태산까지 올라가는 길이 편해졌다.

"여보! 우리 10년전 올라갔던 이 언덕길 생각 나?"

망태산 가는 길에 데크길이 생겼다.

동상도 가져다 놓았다.

2007년이나, 2010년이나, 그리고 2020년에도 여전히 바라보는 순간 숨을 멎게 하는 쿠쿠다스 등대섬.

 

10년전과 달라진 점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등대섬으로 건너가는 바닷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무가 무성해 바닷길을 가려 본섬과 연결된 듯 착각을 하게 한다.

2010년에 5월 16일에 찍은 사진.

등대섬으로 건너가는 바닷길이 보이고, 등대지기 관사의 지붕도 하늘색이었다.

그리고....10년전 우리부부의 50대 시절.

이젠 60대 중반으로 들어가는 내 나이.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소매물도 방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13년전,

2007년에 홀로 왔을 때, 하얀 등대 아래에 앉아서 통영항에서 사온 충무김밥을 먹던 생각이 난다.

잘 있거라. 소매물도여. 이제 나는 다시 찾지 못하겠지만

내 딸이 중년이 되어서, 혹 손주들과 함께 찾게 되거든 반갑게 맞아주시게...

등대 앞 테라포드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던 갈매기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Good-Bye"

나의 매물도여...나의 화려했던 날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