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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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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5일 만년필 친구 환삼에게! 퇴직하고 제일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slow였다. 행동만이 아니라 생각과 말과 라이프까지도 가급적 천천히 해보려 했다. 천천히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적는 일에 컴퓨터의 도움보다는 연필로 사각사각 써 내려가고 싶었다. 연필로 쓰면 떠오른 생각을 급하게 컴퓨터 자판으로 두들겨 대기 보다는 머릿속에서 한번 여과시켜 쓰게 된다. 당연히 back space 버튼으로 오자를 지우지 않게 되니, 생각의 흐름도 끊기지 않는다. 샤프 펜슬보다는 연필을 선호하는 이유는 글로 쓰는 촉각이 좋고, 무딘 연필을 깍아 날 세워 쓰는 것이 내 마음의 무딤을 벼리어 내는 것 같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가 제대(퇴직) 축하한다며 만년필을 선물했다. 이심전심이랄까? 천천히 생각하며 머리속 생각을 적어내려가..
2020년 9월 4일 48년 친구 아침 5시 30분에 출발한다. 오늘은 대전 신탄진 톨게이트로 나가 환삼이를 만나고 통영으로 내려간다. 1년만에 만나는 친구. 16살때 만나 64살이 되도록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 가장 오래된 나의 벗이다. 나는 퇴직했지만 아직도 현직으로 근무중인 친구의 사정을 생각해, 모닝 커피나 마시며 1시간여 이야기를 나누면 8시 30분. 출근시간에 늦지 않게 돌려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지난달 아내가 딸과 내려왔다가 서울로 올라갈 때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었다는데, 대중교통 이용할 아내가 걱정되어 차로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당시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을때 환삼이가 전화를 했었고, 난 운전중이어서 받지 않았었다. 서울에 도착하고 저녁 무렵에 전화를 하니, '내가 자기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는다'고 오..
2020년 9월 3일 태풍 마이샥 오늘 새벽 9호 태풍 마이샥이 무사히 지나갔다. 통영에는 새벽 1시경 통과한다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뉴스부터 살핀다. 부산은 피해가 있다고 나오는데, 거제나 통영은 이야기가 없다. 12시 30분에 혹여 통영 아파트에 피해가 있었을까 염려되어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101동 거주자인데 태풍 피해 있읍니까?'라고 물으니 전혀 없단다. 다음주 월요일경 상륙한다는 태풍만 무사히 지나가면 올해 태풍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일 통영에 내려 간다. 아침 5시 30분에 출발하면, 대전 신탄진 톨게이트에 1시간 30여분 후 도착 예정이니, 환삼과 만나 모닝 커피 한잔하고, 통영으로 내려가려 한다. 지난 금요일에 서울에 올라와 오래 있었다. 편안하고 안락하고 부족함이 없는 집에서 지내다보니 나태해 ..
2020년 9월 2일 고운 최치원 최씨의 시조인 고운 최치원. 그분의 발자취를 함양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공림이라는 상림이 최치원선생이 함양 태수로 있던 9세기 말에 축조한 시설이었다는 점. 그리고 우연히 오도재에서 발견한 최치원선생의 入山詩. 해학적인 인물두상이 인상적이어서 가까이 갔다 읽어 본 전문은 다음과 같다. 僧好莫道靑山好(승호막도청산호) / 스님은 산이 좋다 말하지 마오. 山好何事更出山(산호하사경출산) / 산이 좋아 갔다더니 어찌 산을 나왔소. 試看他日吾踪踿(시간타일오종적) / 훗날에 내 자취를 눈여겨보오. 一入靑山更不還(일입청산경불환) / 한번 산에 들어가면 돌아오지 않을테니. 선비로서의 기개와 지조가 보인다. 어쩌면 최씨 고집이란 말이 공연히 생긴 것은 아닐 것 같다. 한번 청산이 좋다하고 들어가면, 다시..
2020년 8월 31일 사람도 오래되면 기름칠을 해야. 오전에 담정은 서실로 가고, 난 쌍용자동차 정비점에 가서 엔진오일 교환과 에어컨 필터 교환을 했다. 엔진오일은 일반용으로 부품비는 23,000원인데 공임이 24,000원. 인건비가 재료비보다 많다. 에어컨 필터는 재료비가 23,000원 공임이 13,500원. 그런데 필터 어셈블리-스핀 온이라는 재료비가 6,600원이고 엘라인먼트 어셈블리 재료비가 7,900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재료비 내역. 하지만 믿어야지…. 엔진오일 교환은 12,000 ~ 15,000Km 주행후 하거나 1년정도 주행후 하면 되니 2021년 8월말에 하면 된다. 타이어 공기압도 36으로 맞추었다. 운전석 앞 타이어압이 다른 3곳과 비교해 1포인트 낮았는데, 이는 문제가 아니란다. 만약 4-5포인트 정도 낮아지면 펑크 가..
2020년 8월 30일 일상의 반복 속에 기쁨이 있다. 오늘은 내 일을 하려고 한다. 어제 집 정리를 끝냈으니, 오늘은 컴터 작업을 하고, 음악 듣고, 책도 읽으려고 한다. 단조로운 일상사의 반복인 것 같지만, 규칙적인 일상의 반복 속에 기쁨이 있다. 하루의 즐거움이 있고, 일상사의 순간적 깨달음과 행복이 찾아온다. 즐거움과 행복과 깨달음은 늘 내 가까이 머물고 있지만 내가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눈을 들어 바라보면 바로 옆에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멀리 있는 것은 내 행복이 아니다. 남의 행복, 남의 즐거움이 내 것으로 될 수는 없다.
2020년 8월 29일 나를 아끼지 않으면? 아침부터 할 일이 많다. 아내가 요청한 서예책상을 서재방으로 옮기고, 대피실 바닥의 얼룩과 곰팡이를 제거하고, 창 틀에 앉은 까만 먼지도 제거하고, 1달여만에 통영에서 가져온 청소기로 온 집을 청소하고 물걸레질까지 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아침 8시부터 시작했건만 오후 5시 가까이 되어서야 끝났다. 아내가 부탁한 일, 내가 해야했던 일을 하고 나니 마음까지 개운하다. 귀찮다 생각하지 않고, 짜증난다 하지 말고,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면 나도 상대방도 편해진다. 몸을 움직여 잉여 에너지를 소비시켜 뱃살을 줄이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잔뜩 먹고, 움직이기 싫어하고, 게으른 몸을 보전해 봐야 성인병의 고통에 이르는 지름길이 될 터인데, 왜 이걸 모르고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고 뱃살을 찌워 성인병 약..
2020년 8월 29일 존재만으로도 평안을 주는 사람 내 집이 좋다. 궁궐 같은 집인걸 모르고 살았다. 호텔 스위트룸보다 훨~~씬 좋다. 떠나봐야 귀중함을 안다. 그런점에서 통영에 내려가길 잘했다. 혼자살이를 해보니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이 결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아내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된다. 존재만으로도 평안을 주는 사람이 바로 아내임을 이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