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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5일 백발이 되어 버린 잔디 새벽에 서리가 내렸나 보다. 초록에서 누런 옷으로 바꿔 입었던 잔디가 백발이 되었다. 빅톨 위고는 레 미제라블에서 마들렌의 머리가 하룻 밤새 하얗게 세어 버렸다고 묘사하고 있다. 해가 뜨기 전 어스름한 여명속에 보니, 앞 마당 잔디가 하룻 밤 새 하얗게 머리가 세어버린 노인처럼 되어 버렸다. 요 며칠 밤, 기온이 떨어져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더니 잔디만 노인이 되어버린 것이 아니다. 10월 말까지도 화려하고 기품 있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황금색 꽃을 피우던 프렌치 메리골드도 허리가 구부러지고 꽃송이마다 하얀 서리를 뒤집어 썼다. 군락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내던, 봄부터 가을까지 화려함과 고고함을 지고 또 피고를 반복하며 자랑하던 메리골드가 사나흘의 서리를 견디지 못하고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허..
주경철, 모험과 교류의 문명사 인류역사 600만 ~ 700만년전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인간종이 갈라져 나옴 20만년 ~ 6만년전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가 지구상에 등장 4만년 ~ 5만년전 아프리카에서 세계각지로 퍼져 나감 중동지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시베리아를 거쳐 아메리카대륙까지 약 1만년전 남극대륙을 제외한 지구 전역에 인간들이 자리를 잡음 동물 우월한 유전자를 통해 자연에 적응해 가며 진화 인간 문명과 문화의 누적을 통해 자연을 통제하며 진화 1`만년전부터 농경을 시작하고, 문화발전을 이루면서 지식과 정보 지혜의 교류가 본격화하면서 인류 역사가 비약적 발전을 하기 시작. 인간역사는 전 지구적인 소통과 교류의 역사이다. 세계 각 지역에서 비롯되어 다시 세계 각 지역을 향해가는 문물의 교환 흐름에서 유리하게 대처하면 ..
가와바타 야스나리, 雪國 * 가와바타 야스나리 - 1899년 일본 오사카 출생. 일찍 부모를 잃고 15세때 10년간 함께 살던 조부마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남.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내며 생겨난 허무와 고독, 죽음에 대한 집착은 평생 그의 작품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1937년 38세에 설국을 출간, 독보적인 일본작가로 국내외에 자리매김을 함. 발표 후 12년동안 여러 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1948년, 49세에 완결판으로 출간.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1972년 3월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후 퇴원 한달만에 자택에서 가스자살로 생을 마감. * 첫머리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건너편 자리에서 처녀가 다가와 시마무라 앞의 유리창을 열어젖..
Thomas Hardy, Tess of the D'Urbervilles / A Pure Woman * 토마스 하디 - 1840년 영국 도싯에서 소규모로 건축업을 하는 집안의 장남으로 출생. 도체스터시에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치고 건축사로 일했다. 1874년 '미친 군중으로부터 멀리'가 문학적 상업적 성공을 거두자 건축사 일을 그만두고 문인의 길을 걷기 시작. 테스는 하디 특유의 사회적 주제가 빅토리아 시대의 가치관과 충돌했고, 보수 진영으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았다. 특히 테스에는 여주인공의 처절한 비극을 만들어 내는 당시의 불합리한 종교적, 사회적 관행에 대한 고발이 들어 있었고, 그것이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킨 반면 교회와 보수비평가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름 없는 주드'를 둘러싼 심각한 소요로 하디는 소설가로서 절필을 선언. 1928년 사망하여 웨스트민스터 사원 시인의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 머리말 - "내 아버지의 성은 피립이고 내 이름은 필립인데, 유아시절 내 혀는 둘 다 핍이라고 발음했지. 그 보다 더 길거나 더 분명하게 발음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나는 스스로를 그냥 핍이라고 불렀고, 결국은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아버지의 성이 피립이라고 한건 아버지의 묘비와 대장장이와 결혼한 누나 조 가저리부인의 말에 근거한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실제 모습은 물론이고 두 분의 사진조차 본 적이 없었으니(당시는 아직 사진이 등장하기 전이다) 내가 최초로 상상하던 두 분의 모습은 얼토당토 않게 두 분의 묘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버지의 묘비에 쓰인 글자 모양은 이상하게도 떡 벌어진 어깨에 풍채가 당당하고 거무스름한 피부에 까만 고수머리를 지닌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 양심이란 어른이든 아..
부아고베, 철가면 수수께끼 주인공 은 루이 14세 시절 바스티유감옥에 수감되었다고 알려진, 프랑스 역사와 전설에 등장하는 유명한 정치범이다. 역사기록에는 그 검정색 가면이 벨벳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써 있으나,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살이 덧붙여져 철가면으로 굳어졌다. 그가 몇차례 감옥을 옮겨 다니는동안 '배니뉴 도베르뉴 드 생 마르'라는 사람이 책임자로 늘 따라다녔다. 20여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한 사람이 관리를 도맡았던 것으로 보아 아주 중요한 죄수였던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과연 그가 누구이며 무슨 죄목으로 수감되었는지 수많은 전설이 생겨났다. 기록에 따르면 그 죄수의 이름은 '마르시올리'이며 나이는 45세 가량이다. 1681년 이전에 피에몬테의 피뉴롤감옥에 수감되었으며, 그 뒤 여러 감옥을 ..
2023년 11월 2일 세월리 은행나무 길 오늘은 파란 하늘과 햇살이 고운 날이다. 엊그제 홍천 은행나무 숲에서 땅에 떨어진 은행나무 잎을 보면서 아쉬워 했었는데, 양평에서 곤지암으로 가는 길에 심어진 은행나무 잎에 햇살이 비켜들면 아름다울 것 같아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갔다. 이 집엔 황금 카페트가 깔렸다. 곤지암으로 가는 길... 바람이 불자 나무에서 황금이 쏟아진다. 누런 황금이 쏟아져 도로 노견에 가득 쌓여 있어도 탐내는 사람도, 훔쳐 가는 사람도 없는 여기는 욕심 부리는 사람이 살지 않는 천국인가 보다 도시에서는 은행나무 열매가 내뿜는 고약한 냄새로 가로수로 적절치 않는 수종이라는 홀대를 받고 있건만 시골길에 심어진 은행나무는 고운 황금옷을 입고, 바람이 불 때마다 아낌없이 황금을 뿌리고 있다. 황금 카페트가 깔린 도로가 이처럼 ..
20231030홍천은행나무숲 10월 한달동안 머리에 쥐가 나도록 책과 씨름했던 아내의 노고를 치하할 겸 피로를 풀어줄 겸... 홍천 은행나무 숲을 찾아갔다. 홍천이라 했는데 위치상으로는 삼봉자연휴양림과 가까워 평창이라 생각하고 가야하는데, 오대산과 계방산 사이에 있다고 보면 된다. 1년에 단 한 차례, 10/1 ~ 10/30일 까지 한 달만 개방한다고 하는데, 이미 대부분의 은행잎은 대지에 누웠고, 앙상한 가지 끝에 달린 잎마저 겨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홍천 은행나무 숲에서 유일하게 노란 은행잎을 간직하고 서 있던 나무 덕에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늦게 찾아 와 조금은 썰렁했지만, 남아 있는 은행잎과 바닥에 덮힌 초록 풀이 서운한 마음을 달래준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노란 은행잎에 생기를 준다. 줄 맞춰 도열해 있는 은행나무에..